Pastor's Desk

2022년 10월 30일

 오늘은 연중 제31주일로 시월의 마지막 주일을 보냅니다. 시월의 마지막은 11월 1일의 모든 성인 축일의 전야이기도 합니다. 이를 할로윈(Halloween)이라고 부릅니다. 할로윈은 말 그대로 작은 성인 축일, 즉 축일전야를 의미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달이라는 시월은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에게는 본당 바자 축제 때문에 더 빨리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삼 주간의 고된 준비 끝에 축제를 지내고 정리를 하고 나면 어느새 시월이 끝나버립니다. 그래서 빠르지만 보람차고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시월의 끝에 서서 만추의 11월을 맞이하려 합니다. 11월은 또 위령 성월이기도 합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로 시작하는 11월은 그다음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만추를 맞으며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계절적으로도 시기적절한 것 같습니다.

  여름의 활발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가을은 또한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수확의 풍성함은 혹독한 겨울의 준비입니다. 그렇기에 풍요로운 수확은 따스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게 합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을 바라보면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게 푸르던 나뭇잎도 물이 들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파란 하늘은 단순히 아름다움이 아니라 공허함이 되기도 합니다. 쌀쌀한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하고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에 마음이 혼란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삶의 죽음을 묵상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인생무상은 허무가 아니라 오늘을 더욱 철저히 살게 합니다.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중심입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바로 부활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가을이 겨울을 준비하지만 봄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허무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면, 겸손은 현재를 감사하게 하며, 감사하는 마음은 자비를 베풀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이는 우리가 부활을 믿을 때 가능해집니다. 허무가 절망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그리고 죽음이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본당도 바자 축제를 마치고 겨울 준비를 합니다. 당연히 보일러를 손보고 건물들 여기저기 수리할 데를 찾아 수리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당 사무실 앞과 교육관 앞에 지붕을 설치하려 합니다. 그러면 비나 눈이 올 때 혼잡함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야외 활동이 늘어 사제관 옆에서 모임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매번 천막을 치고 접는 것이 번거로워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모아 견고한 공원의 파빌리온 같은 그늘막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손쉽게 단체들이 모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늘 깨어 준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도 이렇게 깨어 준비한 사람들의 몫인 것처럼 우리 삶을 살아가는 자세도 늘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실천하도록 노력하는 삶이어야겠습니다.

  사색의 계절 가을도 이제 만추에 접어듭니다. 우리의 생각도 좀 더 깊어져야 할 때입니다. 투쟁적인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예수님의 말씀으로 생각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여유는 누가 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남보다 빨리 뛰어가는 것이 상책은 아닙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홀로 가기도 하고, 함께 가기도 하며, 가다 힘들면 쉬기도 하면서 가려는 곳을 향해 갈 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령의 달을 11월을 준비하며 겨울을 준비하며 봄을 희망하듯이 죽음 후의 부활을 꿈꿔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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