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4년 2월 11일

이월 중순에 접어드는 오늘은 연중 제6주일이며, 사순 시기 바로 전 주일입니다. 이는 지난 주일 입춘과 함께 봄이 다가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에 봄을 기다리며 오늘 주일을 주님과 함께 즐깁시다.

  어제는 우리 전통의 새해를 첫날인 설날이었습니다. 설이라는 말은 “설익었다.” 할 때 그 ‘설’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새해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미 새해를 시작한 우리에게 또 다른 낯설은 새해의 시작은 말 그대로 어색하지만, 단순히 전통 명절이라는 의미를 넘어 새해 작심이 이미 무너진 누구에게는 새로운 결심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수요일은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니 영적으로 더욱더 새로운 시작이 어색하지 않은 때입니다.

  오늘은 전통 명절 설날을 맞아 전통 음식과 전통 놀이를 통해 친목을 다지고자 합니다. 당연히 설날 전통음식은 떡국입니다. 로사리오 회원들을 주축으로 여러 단체 봉사자가 참여하여 오늘도 교중미사 후에 친교실에서 떡국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단체 대항 윷놀이와 공기놀이가 있을 예정입니다. 각 놀이에 상금이 걸려있으니, 그 열기가 여간 뜨거운 것이 아닙니다. 놀이를 통해 공동체의 단결과 친목을 더욱 돈독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놀이의 즐거움은 공동체의 즐거움을 주는 아주 중요한 행사입니다. 놀이는 가족에도 중요합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운 놀이를 하면서 화목한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즐기는 설날 떡국과 전통 놀이로 올 한해 우리 공동체가 더욱 친밀하고 즐겁고 넉넉하길 기대합니다. 그렇게 함께 더불어 다가오는 사순 여정을 시작하면 주님 부활의 기쁨과 은총이 더 커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우리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천형으로 여겨지는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무릎을 꿇고 치유를 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마르코 1: 40)

  나병 환자의 청은 단순히 나병을 낫게 해달라는 청원을 넘어서 예수님의 권위와 능력에 대한 고백입니다. 즉 예수님은 당신이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능력과 권위가 있다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이는 마르코 복음의 시작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고백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 (1: 1)

  이에 예수님은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1: 41) 그 말씀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다고 복음은 증언합니다. 이 대목에서 마르코 복음 사가가 알려주려는 예수님의 사랑과 말씀의 능력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주님의 사랑과 말씀의 능력 은총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나병 환자가 고백한 것처럼 예수님에 대한 굳은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의 굳은 믿음이 주님의 사랑을 받고, 마음속의 나쁜 마음들을 몰아내어 깨끗해질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이에 설날을 맞아 재의 수요일을 준비하며 믿음의 은총을 곰곰이 생각하고 우리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고백합니다.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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