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4년 1월 21일

 어느새 새해도 21일이 지나 연중 제3주일을 맞이합니다. 시간은 빨리도 흐르는데, 새해 첫 달을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이번 주는 북극 추위와 더불어 오랜만에 함박눈이 내려서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었습니다. 눈꽃을 보기에는 좋으나 생활에는 불편이 있어서 마치 가시가 돋친 장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해가 건강하니 북극 추위와 함박눈도 주님의 축복이니 감사할 뿐입니다.

  예전 한국 겨울의 삼한사온이 있었듯이 한 주간 몹시 추웠으니, 내일부터는 날씨가 좀 풀린다고 합니다. 눈 대신 비가 내리니 눈에 얼어붙은 길이 녹아내리리라 생각합니다. 모두 눈길의 미끄러움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주일 고별인사를 하고 대전 교구로 돌아간 박효식 요한 신부님은 새 임지인 ‘공세리 성당’에 잘 도착하여 사목을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 본당에서처럼 새임지에서도 건강하게 주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에 가신 본당이 성지 순례 본당이라 순례객이 많이 들리는 아름다운 성당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아주 바쁜 본당입니다. 혹시 한국에 가실 일이 있으면 공세리 본당은 꼭 가시어 성지 순례도 하고 박 신부님과 즐거운 만남도 가지시길 바랍니다.

  박 신부님의 빈자리가 크지만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에는 박 신부님을 대신하여 새 신부님이 우리 본당에 오시니 빈자리를 충분히 채우리라 믿습니다. 그리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박 신부님을 위한 기도와 새로 오시는 신부님을 위한 기도 부탁드립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코 복음 첫째 장의 말씀으로 예수님께서 “때가 차서” 세상에 나가시어 복음을 전하고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예수님 혼자 하시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복음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구원 선포,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고 세상에 알리십니다.

  회개는 구원의 시작입니다. 세상을 향한 욕망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몸과 마음이 구원의 가장 주요한 시작입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말씀,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더 많은 사람이 회개하고 복음을 믿게 하는 구원의 길은 예수님 혼자 가시는 외로운 길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가는 동행길 입니다.

  그렇기에 호숫가에서 고기 잡는 어부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하고 초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초대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복음은 증언합니다.

  그들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따랐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믿음을 우리에게 바라십니다. 우리를 부르실 때, 우리의 즉각적인 응답을 원하십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을 따르라고 부르십니다. 미워할 때, 동료를 험담하고 비난할 때,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할 때, 화를 못 이겨 분노할 때, 갈등할 때, 등등

  매일 같이 부닥치는 유혹 앞에서 갈등할 때, 예수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귀를 열게 하여 주님의 목소리를 듣게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열리고, 행동이 바뀝니다. 이것이 바로 회개이고 복음 실천입니다.

  새해 설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3주간이 지나갑니다. 빠른 시간 속에서도 기도로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언제나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 안에서 은총 가득한 한 해를 영위하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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