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4년 1월 14일

오늘은 연중 시기 둘째 주일로 벌써 새해도 보름이 지났습니다. 성탄의 은총이 연중시기 내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연중시기는 성탄의 의미를 우리 일상에서 살아가는 시기입니다. 이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아드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며,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또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입니다.

  올해도 우리 삶에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항상 좋은 날만 있기를 바라며 기도해도, 힘든 일, 슬픈 일, 절망적인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러한 고난을 우리와 함께 계시어 극복할 수 있게 힘과 용기를 주실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르코 6: 50)

  이를 위해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현존을 경험하고, 예수님의  삶에 동참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예수님은 우리 삶에 동참할 것입니다. 그렇게 고난을 극복하고, 슬픔 속에 웃음을 찾을 수 있고,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주님과 함께 사는 삶은 고난 속에도 희망이 있고, 웃음이 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순간이 바로 주님의 은총입니다. 작은 웃음이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작은 희망이 순간을 견디게 하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줍니다. 신앙의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우리 신앙에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의 삶과 무관한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경험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복음은 하느님 현존을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주님의 이름으로 함께 기도하는 우리 안에 현존하십니다. (참고 마태 18: 20) 또한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를 통해 주님의 현존을 경험합니다. 전례 안에서 사제는 그리스도의 인격을 갖습니다. 이를 페르소나 크리스티(Persona Christi)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체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를 경험합니다.

  성체 성사를 통하여 주님은 빵과 포도주로 오십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도 그리스도의 삶에 참여합니다. 예수님은 머리이고 우리는 그분의 몸입니다. 예수님은 말씀이고, 우리는 그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성체 안의 현존하는 그리스도 예수님은 우리의 삶에 동참하며 우리 가운데 사십니다. 성체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보이는 현존입니다.

  연중시기는 우리가 주님의 현존을 증거하며 살아가는 시간입니다. 말씀의 듣고, 깨닫고, 깨달을 바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 조금씩 이루어집니다.

  오늘 복음의 요한복음은 안드레아가 어떻게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가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을 만나는지 잘 알려줍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 하는 세례자 요한의 말을 들은 안드레아는 동료와 함께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고 물으니,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물어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이 어디에 사는지 궁금하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을 만난다면 어떤 질문을 하실 것입니까?

  구세주가 사는 곳을 묻는 것은 그분의 삶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디에 사는지 안다는 것은 가족이나 이웃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입니다. 안드레아는 예수님과  그렇게 가까워지고 싶은 것입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안드레아의 질문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해줍니다. “와서 보아라.”(1: 39) 그렇게 안드레아와 그 동료는 예수님을 따라가 함께 묵었다고 복음은 증언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이웃이 되었고, 제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지식을 배우는 관계가 아니라 하느님의 삶을 나누는 관계입니다. 나아가 이제는 그 삶을 세상과 나누는 미션에 동참하는 동료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와 예수님의 관계는 친밀한 관계입니다.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신 것과 같이, 또 당신을 친구라 부르라고 하신 것처럼 우리 삶에 아주 친밀하게 참여하며 우리의 힘이 되시고, 용기가 되고, 위로되시며, 희망이 됩니다.

  “와서 보아라.” 하고 우리를 당신의 삶에 초대하십니다. 그렇게 그 초대에 응한 이들 가운데 계십니다. 마찬가지로 성체로 오신 예수님은 오늘도 많은 이들을 초대하십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이 초대에 기꺼이 응하여 성체 신심으로 우리의 신앙을 쇄신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주님의 현존을 경험하며,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님과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안드레아는 먼저 형 시몬에게 말하였다.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이다. (참조 요한 1: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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