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1월 8일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벌써 새해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각오들이 있었을 것이고, 각자의 희망과 열망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 뭐라고 말할 때는 아니지만 어느새 새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저 예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희망에는 행동이 따릅니다. 희망을 이루기 위해 실천해야 합니다. 생각에 머무르면 생각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회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입니다.

 사실 희망을 갖고 그를 이루기 위해 실천한다고 언제나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당장은 아프겠지만 후회는 남지 않습니다. 아픔은 치유되지만 후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 실패를 두려워해서 아예 시도도 하지 않고 꿈만 꾸고 있거나, 아니면 꿈을 꿔도 이루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서 꿈조차 꾸지 않는 이들은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주님께서 주신 한 탈렌트를 잃을까 봐 주님이 돌아올 때까지 숨겨놓은 종과 같습니다. 그 사람은 그 한 탈렌트마저 주님께 빼앗겨버립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3년은 무엇인가 대한 꿈을 꾸고 그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한 해가 다시 저물고 주님의 탄생의 시기에 한 해를 되돌아보며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행복하겠고, 혹시 그렇지 않아도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실수와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를 응원해 주는 사람은 주님의 축복이 가득할 겁니다. 실패한 일을 비난하지 않고 용기를 돋구워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을 예수님은 기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성모님의 깊은 믿음이 세상의 구세주를 세상에 오실 수 있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 안에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십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그분의 존재를 잊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유혹에 눈이 어두워져 그리스도의 존재를 잊는다면 우리의 믿음은 공허해집니다. 우리가 아무리 예수님을 믿는다고 입으로 고백하여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면서 동방박사들이 확인해준 그리스도 예수님의 탄생은 성모님에게 당신의 믿음이 옳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줍니다. 한밤중 양들을 지키던 목자가 천사에게 들은 메시아의 탄생을 두 번째 확인해준 사건입니다.

 성모님의 굳은 믿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의 굳은 믿음으로 세상이 구원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입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성모님의 굳음 믿음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일 먼저 성모님과 같은 믿음입니다. 세상적 계산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궁극적인 행복으로 이끕니다. 반면에 세상적 계산은 당장의 기쁨을 주지만 궁극적으로 공허와 허무의 현실로 이끕니다. 세상적 계산은 행복이 아니라 가지면 가질수록 더 배고프게 만듭니다. 세상적 계산은 만족이 아니라 후회의 원인이 됩니다. 끝없는 배고픔이 이유가 됩니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구세주로 오셨다는 사실을 동방 박사가 확인시켜줍니다. 그리고 구세주로서의 삶의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것이 언뜻 세상적으로 고통스럽고 바보스럽지만 궁극적으로 배고프지 않습니다. 나눌 줄 알기 때문입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주님께서 채워주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으로 고통이 수반되지만 만족할 수 있습니다. 후회가 없습니다,

 올 한해도 쉽지는 않겠지만 주님과 함께라면 외로운 싸움이 아닙니다. 무거운 짐이 무겁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멍에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임마뉴엘,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응원이 되고……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함께 세상살이가 힘들기 때문에 세상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손길이 우리 공동체 이웃을 통해 오기 때문입니다. 지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실패가 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좌절보다는 희망이 앞서고, 포기보다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믿음과 용기가 가득한 한 해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좌절하지 않고 희망에 가득하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실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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