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2018년 3월 25일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소리쳐 부르건만 구원은 멀리 있습니다. 저의 하느님, 온종일 외치건만 당신께서는 응답하지 않으시니 저는 밤에도 잠자코 있을 수 없습니다.” (시편 22: 2-3)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살아가면서 참 억울하고 답답해서 이런 항변을 한 적이 있거나, 아니면 삶의 무게가 무거워 푸념으로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구약의 시편의 저자는 하느님께 울부짖었습니다. 그리고 마르코 복음에 의하면 이천 년 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며 “엘로이 엘로이 레마사박타니?”라 외치셨습니다. 바로 시편 22편 2절의말씀입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우리 각자의 삶의 무게는 다 다르지만 어느 순간 그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힘겨워집니다. 힘겨워 더 이상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쓰러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안간힘을 쓸 때 우리는 중심을 잃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잡아주길 바랍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절규합니다. 그 절규에는 역설적이게도 원망과 희망이 함께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오늘 시편 22편의 절규는 바로 그렇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원망
과 희망의 절규입니다. 시편 22편에서도 그렇습니다. 응답이 없는 하느님에 대한 원망과 함께 자신의 처지를 호소합니다. 그리고 22, 23절에 구원에 대한 기도와 감사를 드립니다.

“사자의 입에서, 들소의 뿔에서 저를 살려내소서. 당신께서는 저에게 대답을 주셨습니다. 저는 당신 이름을 제 형제들에게 전하고 모임 한가운데에서 당신을 찬양하오리다.”

예수님은 마지막 순간 이 시편의 기도를 바치며 당신의 죽음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 완성되고 영광스럽게 되었음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믿음의 역설적 승리입니다. 이는 단지 예수님의 영광이 아니라 그분을 섬기는 우리 모두의 영광이 된 것입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더 이상 짊어질 수 없는 순간, 오직 혼자인 것 같은 순간에,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힘에 겨워, 슬픔에 겨워서 모든 것을 놓고 싶을 때 겁먹은어린 양처럼 말도 못 하고 절망적 현실에 휩쓸려 가기보다는 오늘 복음의 예수의 절규는 원망 같으나 희망이고, 이 희망은 바로 믿음의 표현이며 이 믿음은 바로 구원의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알게 합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죽음은 부활의 새로운 시작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고백처럼 오늘 우리도 그렇게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마르코 14: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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