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4월 30일

어느새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을 맞이합니다. 어제  토요일, 4월29,  사월의 봄비 속에 우리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이하여 교구장이신 로버트 브래넌 주교님(Most Reverend Robert Brennan)을 모시고 감사 미사를 성황리에 드렸습니다.

  영미 속담, “사월의 비는 오월의 꽃을 피운다. (April showers bring May flowers.)”처럼 지난 오십 년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우리 삶은 햇살과 비가 함께 있어야 건강하고 풍요로워진다는 진리 속에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고귀한지, 또 그 교훈을 통하여 오늘 우리의 삶 자체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내는 숭고한 시간임을 깨닫는 잔치였습니다.

  오십 년 전, 1973년 4월 29일, 소수의 가톨릭 이민자들이 우리말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갈망하던 차에 유학중이던 정욱진 토마스 신부님을 모시고 첫 미사를 드렸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생생하게 전해주는 신앙 선배님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 가슴을 따듯하게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말 미사는 세계적인 재외 한인 가톨릭 공동체로 발전하고, 우리 자체의 교회를 갈망하게 되어, 가진 노력을 끝에 1990년 드디어 현재의 성당을 건립하여, 우리 손으로 지은 우리 성전에서 우리말로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우리 공동체가 언제나 행복하고 평안한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젊은 공동체로서 성장통을 크게 겪으며 더욱 단단한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주님의 구원이 수난과 죽음, 부활의 과정이었던 것처럼, 이러한 아픈 경험은 우리 공동체를 더욱 사랑하게 하였고, 우리의 믿음을 더욱 강하게 단련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3년간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어려움,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으로 가득했던 코비드 팬데믹 시기에 우리 공동체는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주며 믿음으로 잘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설립 50주년 감사미사를 성황리에 드렸습니다. 이는 이제 미래를 준비하는 오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어제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 지혜가 오늘 내일을 준비하게 만든다는 평범하지만 만고의 진리를 지난 50년간의 우리 신앙의 역사를 통해 배웁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열어 주신 희년의 기쁨은 바로 회춘의 기쁨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은 양들과 목자가 드나드는 ‘양들의 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문을 통하지 않는 자들은 도둑이며 강도라고 말씀하십니다. 양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양들의 문을 통해야 듯이 구원을 위해서 반듯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참조 요한 10:1-10)

  지난 50년간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역사였습니다. 이민 생활의 노고 속에서도 우리가 버티고 성장하며 우리의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우리의 굳건한 믿음이었습니다. 양들의 문인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가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이 신앙의 힘을 우리의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더 굳은 믿음으로 기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슬픔이 기쁨으로, 고난의 역경이 성취의 기쁨으로 변화되는 신앙의 공동체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문이 아닌 양들의 문을 통하여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는 계속해서 우리 이민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써 변치 않는 믿음으로 주님과 함께 미래를 밝혀야 할 사명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공동체의 다음 50년의 모습은 이러할 것입니다.

“좋기도 할시고, 아기자기한지고,

형제들 오손도손 한데 모여 사는 것…

시온산, 산들의 등성이마다,

헤르몬의 이슬이 내림 같아라.

저 곳에서 주님이 복을 내려 주시니,

무궁한 생명이 아닐손가”

(최민순 역 시편 132: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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