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2년 11월 20일

오늘은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이면서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가을 끝 무렵,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예수님의 세상을 이기신 만왕의 왕이라는 정체를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바로 세상의 종말에 우리 구원을 확신하는 축일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주는 미국의 ‘추수 감사절 (Thanksgiving Day)’을 지냅니다. 물론 이날이 우리 가톨릭교회의 축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정신을 잘 담고 있는 명절이기에 주님께 감사드리고 이웃에 감사드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우리 삶의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기도의 시작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웃에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 기도의 기초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한 해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고난을 이겨 나가는 우리 공동체 식구들께 경의와 감사드립니다. 또한 코비드 팬데믹 이전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모든 행사를 무리 없이 치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를 이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신앙심’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굳은 믿음은 우리에게 용기와 큰 힘을 주어 인내로 고난을 이겨내고 오늘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구원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참조 마태오 11: 28-30)

  믿지 않는 이에게 세상살이는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고해입니다. 그러나 믿는 이에게 세상 살이는 오히려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믿는 이에게 세상살이는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가는 여정입니다. 이는 코비드 팬데믹의 고통과 두려움의 시기를 지내면서 배운 우리 신앙의 지혜입니다.

  오는 목요일 추수 감사절을 넉넉한 마음으로 온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며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얼마나 은총이 가득한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자연히 주님과 이웃과 가족에 감사하는 마음이 감사절 만찬처럼 넉넉하길 바랍니다.

  가을이 익어가면서 겨울이 점점 더 가까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니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믿음으로 넉넉하고 따듯한 겨울을 준비하길 바랍니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믿음을 통해 얻는 풍요와 평화가 우리의 삶을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줍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 23: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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