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1년 1월 24일

  오늘은 연중 제3주 주일 한 주를 시작합니다. 이제는 겨울 날씨에 적응이 된 탓인지 그리 추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의 적응 능력이 대단합니다. 요즘  화두는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주사 같습니다.  주변의 여러분들이 백신을 맞기 시작하였고 기다리고 계신 분도 많다는 뉴스를 듣습니다.

  그러나 백신 공급이 늦어지니 백신 접종도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제일 안전한 백신은 마스크와 거리 두기 그리고 손 소독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긴장을 풀지 말고 안전수칙 준수로 안전과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다음의 1월은 신년하례식으로 바쁠 때인데 요즘은 모임이 없으니 갑자기 찾아온 망중한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곧 사순 시기가 다가오니 사순 시기 준비에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는 급변한 현실에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집착하다 보면 현재를 잃을 경우가 생기고, 또 현재를 너무 힘들어하다 보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패닉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오늘 현재를 등한시 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마태오 6: 34) 따라서 오늘 우리가 해야 하는 것에 충실하다 보면 내일은 이 밤이  밝아올 때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매일 가는 길을 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가는 길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가는 길에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과 함께 지고 가면 가벼울 것입니다. 어제의 기쁨을 혼자 기억하며 오늘을 한탄하기보다, 어제의 추억을 옆 사람과 함께 나누다 보면 오늘의 힘이 될 것입니다. 내일의 걱정으로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보다 내일의 걱정을 주님께 다 떠넘기고(?) 오늘 밤 주님의 품에서 푹 자고 나면 내일의 아침이 밝아 올 때 힘을 내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코 1: 15)  하며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십니다. 갈릴래아에서 시작한 이 복음의 선포가 세상 끝까지 닿을 때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구원은 어느 특정 집단이나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믿은 사람은 다 구원받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이 구원 사업을 위해 예수님은 동반자를 찾습니다. 혼자 외로이 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가는 길을 택하십니다. 그래서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 잡는 어부들에게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16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마르코 1: 16-17)

  이에 시몬과 안드레아는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다른 어부 제베데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마찬가지로 즉시 예수님을 따라나섰습니다.

  구원은 혼자만의 사업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셨고, 아드님은 제자들을 뽑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가는 여정이 바로 구원의 길입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태초에 세상을 창조하실 때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시고 함께 더불어 살게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그 “함께 더불어”라는 것이 패거리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인정하며 함께 가는 순례의 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은 바로 이해와 용서의 샘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갈 수 있게 해주는 신비의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입니다. 가족이 함께하고, 친구가 함께하고 이웃이 함께하고, 공동체가 함께 어깨를 맞대고 가는 여정이 바로 구원의 순례길입니다. 우리는 그 길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동료가 되고 힘이 되고 응원이 될 것입니다.

  지적이나 훈계나 짜증이 아니라 칭찬과 위로와 현실을 인정하는 마음과 멋쩍어도 빙그레 웃는 얼굴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우리 믿음의 신비입니다.

  주변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또한 여러 병마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필요한 것은 충고가 아니라 따듯한 눈길입니다. 마스크로 반은 가려진 얼굴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나눔은 바로 눈웃음일 것 같습니다. 간단한 묵례만으로도 충분한 힘이 됩니다.

  그래서 미사 중에 오랫동안 금지되었던 평화의 인사를 다시 시작합니다. 대신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고, 가족이 아니라면 손을 내밀지 않고 묵례와 마주치는 눈빛으로도 충분히 평화의 교감이 되리라 믿습니다.

  또 한 주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따스한 눈빛으로 나누는 하느님의 사랑에 모두의 가슴이 따뜻해지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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