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1년 10월 17일

오늘은 연중 제29주일을 맞아 시월의 중순으로 만추의 아름다움이 점점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기다리는 것도 가을의 설렘일 것입니다.

  요즘 주일 성당의 모습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바쁘고 활기찹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정원에서 한가로운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는 신자들과 교육관 교실을 가득 매운 레지오 단원들의 기도 소리, 등등 아직도 팬데믹 중이라는 사실을 잊게 합니다.

  그래서 안전에 더욱 관심을 갖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와 손 소독 그리고 거리 두기, 등등. 이를 보조하기 위해 이번 주일도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를 본당에서 실시합니다.

  여러 사람을 대하는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가급적 테스트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특히 백신을 아직 안 맞으신 분들도 테스트를 자주 받으셔서 자신의 안전과 가족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하느님 안에서 위로 받고 힘을 얻어 내일의 희망을 갖고 안전하고 즐겁게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입니다. 물론 불편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시의 편안함이 내 가족 내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우리 교구 디마지오 주교님께서 지난 주 교구 본당 주임 사제회의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아주 인간적인 요청을 합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마르코 10: 37) 하늘 나라에서도 세상적 성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하늘 나라는 세상과 다릅니다. 하늘 나라는 세상적 성공이 아니라 세상적으로 바보같아야 합니다. 또 아이들 같아야 합니다. 따라서 누구 위에 군림하고 자신의 힘으로 세도를 부리는 세상이 아니라 오히려 남을 섬김으로써 높아지는 세상입니다.

  세속적으로 남을 섬김은 나약함의 증거이며 패배자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섬김을 받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하늘 나라는 섬김을 받으려는 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섬기려는 사람만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앙은 마치 약한 사람의 종교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패배자들의 리그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적 어리석음으로 이해 할 때 그렇게 보입니다.  세상은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는 자들의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께는 오히려 그들이 불쌍한 존재들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군림과 세도에서 오지 않음을 압니다. 남들 위에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면 부릴수록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화신이 되어버립니다. 더 배고프고 거 큰 욕망에 사로잡혀 버립니다. 그 욕망의 크기 만큼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합니다.

  예수님은 이를 경계하신 것입니다. 부자가 나쁜 것이 아니라 물질적 힘으로 남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 문제이고, 권력으로 세도를 부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진 자가 자비를 베풀고 기득권 자가 소외된 이들을 보살펴주는 것은 바로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길입니다.

  우리는 불가능할 것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 위에 계신 “불가능이 없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장 힘들 때 희망을 잃지 않고 웃을 수 있습니다. 희망은 우리를 웃게 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또 한 주를 시작합니다. 매일 성공과 대박을 위한 꿈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웃을 수 있는 하루를 꿈꾸고, 가족간에 서로를 탓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하루가 아니라 위로하며 감싸주는 가슴 뿌듯한 매일을 보내길 기도드립니다. 이것이 서로 섬기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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