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1년 4월 11일

어느덧 주님 부활 팔 일째를 맞이하여 부활 제2주일인 “하느님의 자비 주일(Divine Mercy Sunday)”을 맞이합니다. 우리 본당 식구들 모두 부활의 은총 가득히 받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부활의 은총이 우리 모두의 삶의 활력이 되고 희망이 되어 두려움과 무서움을 물리치고 평화를 누리게 할 것입니다.

  오늘은 부활 제2주일이면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유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대희년인 2000년 부활 제2주일에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신심이 강했던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황님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기릴 것을 당부하였고, 이에 그다음 해부터 부활 제2주를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며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주일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요한복음 3장 16절로 요약됩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 사랑하시어 당신의 외 아드님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그분을 믿는 모든 이들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삶을 얻게 하셨습니다.” 오늘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며 감사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요한복음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다고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은 바로 하느님의 지극한 자비입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을 온몸과 마음 그리고 온 정신으로 믿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믿음은 나아가 하느님의 말씀처럼 당신의 자비를 닮아 우리도 서로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비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믿음 생활의 중심에 있습니다. 자신에게 자비로운 것처럼 남에게도 자비롭도록 언제나 마음을 열고 남들을 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판단하고 비판하고 지적하기 전에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영광인 부활의 신비를 굳게 믿고 신뢰한다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활은 삶의 변화의 열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주님이라고 고백하지 않는 것입니다. 주님이라고 고백하면서 신뢰하지 않는 것입니다. 신뢰는 온 몸과 마음으로 믿음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바로 십자가에 당신을 맡기신 것처럼 우리도 십자가에 맡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이는 말씀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믿으면서 행동하는 데 주저합니다. 미지근한 믿음 생활을 합니다. 또 마치 식당에서 메뉴를 살펴보며 맛있는 음식을 찾듯이 하느님의 말씀을 입맛에 맞는 것만 듣고 실천하면서 자신은 신앙이 깊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말씀을 온전히 모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순교자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비 상본은 파우스티나 성인이 계시 속에서 본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가슴에서 자비의 빛이 비추고 있으며 예수 성심상과 그 의미를 같이합니다. 그리고 상본 아래에는 “예수님, 저는 주님을 신뢰합니다. (Jesus, I trust in You)” 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상본은 교육관 현관 벽에 걸려 우리를 당신의 자비로 위로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자비로워져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신 듯합니다. 상본 앞 촛불을 켜면서 기도합니다.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공동체 식구 모두가 당신을 신뢰할 수 있는 강한 믿음과 용기를 달라고……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공동체 식구들 모두가 이 어려운 팬데믹을 안전하게 잘 견디며 서로 위하는 사랑이 넘치기를……. 당신의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매사에 모두에게 자비로워지길……

  이러한 자비는 사실 많은 봉사자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자신의 시간과 능력 나아가 금전적 희생을 감수하며 봉사합니다. 이 자비 실천이 더 많은 이들을 예수님의 자비로 인도하고 자비로워지게 합니다. 이 자비가 주일 성당으로 향한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성당에서 만나는  얼굴에서 밝은 미소를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에서 훈훈한 마음이 피어납니다. 이렇게 훈훈해진 마음이 세상을 따듯하게 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작지만 훈훈한 마음이 모여 우리가 변하고 이웃이 변하면 세상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자비의 힘입니다. 큰 능력이 없어도 작고 소소한 자비의 변화가 모여 더없이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 변화가 바로 부활의 신비의 변화입니다. 예수님 한 분의 죽음이 가져오는 변화의 물결은 바로 성령의 물결이 되어 세상을 구원하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하느님의 공동체입니다. 아직 하느님 눈에는 부족하고 어리숙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하느님의 자비가 충만하고 그 자비를 나누려 애쓰는 47살(우리 공동체 설립은 1974년 4월입니다.)의 예수님께는 한없이 어린 하느님이 공동체이고 우리는 성장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좀 더 너그럽게, 좀 더 넉넉하게, 좀 더 부드럽게, 좀 더 정의롭게, 좀 더 밝은 내일을 하느님과 함께 가는 공동체입니다.

  이는 부활의 은총인 하느님의 자비가 가득 넘치는 공동체라는 사실이고, 이에 우리 공동체 식구들과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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