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0년 8월 16일

.오늘은 연중 제20주일 8월 16일입니다. 어제 8월 15일 우리나라의 광복절이자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이었습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에 우리나라가 광복되었다는 사실에 일제의 억압이 슬프고 화가 나지만 성모님의 승천의 영광이 우리 조국에 함께 깃들이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은 우리 한국 천주교의 수호성인이십니다. 또한 미국의 수호성인이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강합니다. 성모님의 신심은 우리에게 굳은 믿음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십니다.

  오늘 성모님 승천 대축일을 맞아 우리 조국과 우리의 삶의 터전인 이곳 미국이 성모님의 전구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아직도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의 상황이 그렇게 호전되고 있지는 않지만 다행히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과 뉴저지의 상황은 양호한 편입니다. 덕분에 아직은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조금은 예전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두려워하기보다는 매일 매시간 조심해야 합니다. 모든 전염병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스크와 거리 두기 그리고 개인 손 씻기와 얼굴 안 만지기가 최고의 백신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아직도 많은 분들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외로움이 주요인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연락을 하며 흔히 우리가 수다라고 말하는 일상적인 대화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비판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대화가 좋습니다. 당연히 영성적인 대화나 기도를 같이하면 더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 때문에 이상적인 대화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방인 지역에 지나가던 예수님과 그 제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가나안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이 복음은 지난 8월 5일 수요일 평일 미사 복음으로 이미 나왔습니다.

  그날 사목 단상을 통해 유대인들이 믿고 있는 기본적인 구원 대상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유대인들이 믿은 하느님의 구원의 대상은 바로 유대인 자신들뿐입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자손만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아 구원하시겠다고 약속하신 ‘아브라함의 계약’의 후손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하느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시고 이삭의 하느님이시며 야곱의 하느님이고 그 자손들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당신의 약속대로 이스라엘만을 구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전통에 입각해 오늘 이방인인 가나안 여인의 청을 처음에 강력하게 거절합니다. 그러나 그 여인의 겸손하면서도 절대적인 믿음에 감동하여 결국 그 청을 들어주십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지만 또한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을 품어 주시는 풍성한 은총의 하느님이심을 예수님의 기적을 통해 보여주십니다.

  또한 가나안 여인의 믿음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은 예수님을 부를 때, 단순히 주님, 또는 스승님하고 부른 것이 아니라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다윗의 자손’이라는 타이틀은 유대인들에게 ‘메시아’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전통적 예언으로 메시아는 다윗 왕의 자손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로 외국에 사는 유대인들을 위해 집필된 마태오 복음은 율법과 전통에 입각하여 적혀졌고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은 율법과 전통을 통해 설명하려 합니다. 이에 ‘다윗의 자손’

이란 말은 마태오 복음에 10번이나 나오지만 다른 공관 복음에는 3번씩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구세주 메시아이신 ‘다윗의 자손’이라고 가나안 여인이 말한 것은 충격적입니다. 이는 이미 이 여인이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깊이 믿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단순히 딸의 병환에 다급한 마음으로 마침 지나가는 예수님께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 자비를 간청하였던 것입니다. 이 여인의 믿음은 이제 메시아가 이스라엘만의 메시아가 아니라 세상의 메시아임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오늘의 복음은 바로 예수님께서 유대인 중심의 복음 선포에서 비유대인 즉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은 하느님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원의 중심은 민족이나 부족 혈연이 아닌 ‘하느님에 대한 굳은 믿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드러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은 사람들인가? 창조주 성부를 믿으며, 구세주 성자를 믿으며, 우리의 보호자 성령을 믿습니다. 즉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신 힘을 믿으며 그분의 끝없는 사랑과 자비를 믿습니다.

  믿음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힘을 줍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하늘나라의 모습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내는 힘입니다. 내일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가나안 여인의 믿음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급할 때 예수님께 기도하고 간청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예수님의 말씀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실천이며 예수님의 마음을 바꾸게 하는 힘입니다.

  기도는 급할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 감사의 기도로 시작하는 매일 드리는 기도이어야 합니다. 길고 거창한 기도가 아니더라도 짧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예수님께 들려드리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슬픔과 아픔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도 즐거움도 감사함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우리의 기도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네 믿음이 참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마태오 1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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