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자비 주일

2019년 4월 28일

오늘은 부활 제2주일이자 하느님 자비 주일입니다.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는 것과 관련하여 부활과 자비의 관계에 대해서 묵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활이란 죄와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고, 자비란 죄를 용서하는 것으로, 인간의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의지입니다. 우리가 부활에 이르기 위해서는 죄를 용서받아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뿐입니다. 그분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시면, 곧 자비를 베풀지 않으시면, 우리는 부활의 은총을 얻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분께서 죄와 죽음을 이기셨기에, 당신께서 세상에 죄를 없애시는 자비로우신 분이심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당신 스스로 부활하신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우리도 부활시키시는, 즉 우리의 구원을 위해 죄를 용서하시는 분이심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활 시기를 은총 속에 살아가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자비하신 분이라는 점을 함께 묵상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자비하신 분이시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제자들 앞에 처음으로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시며 인사를 건네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십니다. 두 손과 옆구리에는 못에 박히고 창에 찔리셨던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 상처들은 예수님의 수난을 의미하는 동시에 제자들에게는 주님의 수난에 뒤로 하고 도망쳤던 부끄러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으시고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니다. 이 인사말의 의미는 예수님께서 이미 제자들의 죄를 용서하셨고, 제자들로 하여금 죄를 용서받은 사람으로서 이제는 부활의 기쁨을 간직하라는 당부로 들립니다. 그리하여 복음은 제자들이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부활은 죽음에서 승리했다는 것 자체로 기쁨이 가득한 것이지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부활의 기쁨은 죄를 용서하시는 자비하신 하느님의 은총과 함께 할 때 더욱 큰 기쁨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시는 첫 번째 사명도 부활과 자비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더하여 줍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죄를 용서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시는 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비의 은총을 베푸신 것처럼, 제자들을 통해서 세상 모든 이의 죄를 용서하고자 하십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면서 그분께서 죄를 용서하시는 자비하신 분이심을 전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내포합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 토마스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토마스에게도 자비하신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토마스는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했고 그분을 직접 뵙고 난 후에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이라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토마스가 이제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됐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전에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했던 부족한 자신을 용서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분이라는 고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가 전례력으로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도록 하는 것은 신앙인들이 더욱 기쁜 부활 시기를 살아가도록 장려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사실 전례력으로 어떤 날이든지 하느님의 자비와 관련이 없는 날이 없지만, 오늘 전례가 하느님의 자비를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우리가 부활 시기에 하느님의 자비를 더욱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에 토마스의 모습과 관련하여, 우리가 때때로 믿음이 부족하여 신앙생활의 활력을 잃는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우리에게 다시 나타나셔서 당신의 부활을 알리시고, 자비하신 은총으로 다시 새 삶을 살아갈 힘을 주시는지 묵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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