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자비 주일

2021년 4월 11일

“예수님, 저 당신께 의탁합니다.”

“영원하신 아버지, 저희가 지은 죄와
온 세상의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을 바치나이다.”

  오늘은 부활 제2주이면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2000년 대희년을 선포하신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파우스티나 성녀를 성인품에 올리시면서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심 주일로 선포하시면서 전 세계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하느님 자비에 온전히 의탁하며 자비심 구하는 기도를 우리 자신과 세상을 위해 기도하기를 권고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성화를 모시고 하느님 자비를 묵상하며 기도하는 이들에게 무한한 사랑의 자비를 허락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2-33).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쏟아져 나온 피와 물이 하느님 자비심의 상징입니다. 예수님의 몸은 성전이 되시어 성전의 핵심인 제대, 즉 주님의 성심에서 세상의 모든 죄와 우리의 죄의 속죄의 제물을 봉헌하신 하느님의 어린양의 피가 쏟아져 세상에 흘러나오는 모습입니다. 십자가형에서 받으신 이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의 상처들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육신이 부활하셨다는 증표가 됩니다.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서 다락방에 문을 잠그고 모여 있는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를 하시고 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시며 당신이 육신이 없는 영혼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어 무덤에 묻혔던 몸이 부활한 것임을 보여 주셨습니다. 토마스도 며칠 후에 다락방에서 예수님을 뵙고 부활하신 주님을 믿게 됩니다.

  사도들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것을 선포하며 이 신비를 믿으라고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그 들은 예수님의 부활뿐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의 계명을 따르는 이들 또한 예수님의 부활같이 우리도 부활 하리라는 신비를 선포했습니다. 이 신앙의 신비가 우리 교리에 핵심입니다. “죽은 이들의 부활과 내세의 삶을 기다리이다” (니케아 신경).

  예수님의 부활의 신비와 우리가 부활 하리라는 믿음을 오늘 묵상하면서 잠시 작년 3월부터 코로나로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우리 곁을 떠난 많은 교우분들과 그분들이 유가족들이 생각이 납니다. 사랑하는 아내, 남편, 자녀, 친척 그리고 지인들을 통증과 아픔 그리고 고통이 있을 때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외로이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과 미안함,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같이 지켜주지 못했던 아쉬움과 미안함 때문에 아직도 아파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힘든 시간을 묵상하게 됩니다. 아내를, 남편을, 엄마를, 아빠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 또한 묵상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부활의 축제를 지내는 지금,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만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들 또한 주님께서 당신의 부활처럼 우리도 부활 시켜 주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부활의 축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우리 자신들이 주님 안에서 내가 친숙한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내가 좋아했고 사랑했던 그 사람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확신, 주님 안에서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는 확신을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며 알 수 있습니다. 그때는 육신의 고통도, 아픔도, 아쉬움도, 미안함도 없이 주님의 완전한 자비와 사랑 안에서 기뻐하며 행복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자비 주일을 맞이하며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우리 교우분들의 영혼이 주님의 자비로 주님의 사랑의 품 안에 있게 해주십사 기도드리면서 유가족들이 부활의 희망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주님의 자비를 허락해 주십사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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