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

2018년 5월 27일

어느덧 아름다운 성모 성월도 사라져가고 연둣빛 나뭇잎은 진한 녹색으로 변해가며 따스한 봄바람은 뜨거운 햇살에 더워진 더운 바람이 땀에 젖은 얼굴을 스칩니다. 어느 환절기가 그렇듯이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외출 때에는 좀 어정쩡 해져서 길잃은 노루처럼 어쩔 줄 모릅니다.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문득 느끼는 이런 감정은 마치 자신이 더이상 젊지 않으므로 확인이라도 하듯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호한 상황은 긴장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잠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조용한 곳으로 가셔서 홀로 기도하신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먼산을 바라보며 갖는 시간이나 문득 파란 나뭇잎 하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생뚱맞은 행동도 참 좋습니다. 그런 시간이 오히려 나를 나답게 재충전해주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잠시 잃었던 길을 되찾아 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소중히 마음속에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잊어야 할 것은 망각의 늪에 버리면 됩니다.

오늘 메모리얼 데이 주말을 맞아 기억해야 하는 것은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감사해 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삶들을 잊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사랑의 계명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와 언제나 함께하고 계심을 압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며 고마워하고 기도하는 동안 또 누군가는 나를 기억하며 고마워하고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 기억 속에 우리는 하나가 되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 고마운 기억이 오늘 내 가슴을 뿌듯하게 합니다. 이는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비난에 가슴 아파하며 움츠리는 바보 같은 걱정보다 훨씬 현명한 생각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언제나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며 미래 지향적입니다. 실패와 죽음을 두려워하고 남의 생각에 눈치 보며 움츠리고 보다 세례 때에 받은 주님의 약속, 영원한 삶을 믿으며 두려움 없이 내일을 열 때 우리는 당당해집니다. 눈치가 아닌 배려를, 분노가 아닌 용서를, 반목이 아닌 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서로의 장점을 칭찬합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공동체를 코이노니아 라고 합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가 바로 이러한 공동체 같기를 바랍니다.

이제 사제성화의 달인 유월입니다. 오월도 참 바쁘고 은총이 가득한 한 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은총의 달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기쁨과 열정으로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여 웃음이 가득한 코이노니아를 이루기를 기도드립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느님의 삼위일체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생활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두려워하지 마라.” “세상 끝 날 때까지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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