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성혈 대축일

2022년 6월 19일

 지난주에 우리 공동체는 오랜만에 야외미사를 다녀왔습니다.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공동체 모두가 기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야외미사를 위에서 묵묵히 수고해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외미사를 위해서 묵묵히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주에 우리 공동체에 야외미사라는 기쁜 소식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약 2주 전인 5월 30일에 브루클린에 위치한 St. Augustine의 감실이 도난당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는 성당의 성물을 파괴하고 값비싼 물건을 훔쳐 간 정도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뉴스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성체를 모셔두는 감실을 훔쳐 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감실을 도난당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성체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뉴스 내용을 보면서 세상이 관심을 갖는 것과 제가 관심을 갖는 것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검색할 수 있는데, 해당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2 million gold tabernacle stolen from Brooklyn church”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의 몸을 모셔둔 감실을 훔쳐 간 사건을 접하면서, 감실의 가격을 먼저 생각합니다. 금과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한 200만 달러 가보치의 물건을 훔쳐 간 것에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에 가든 착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마태 12,34)이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차이를 갖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둑이 성체까지 훔쳐 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고자의 증언에 따르면 제단 주변에 성체가 흩어져있었다고 합니다. 감실을 훔쳐가면서 성체까지 들고 가서 아무렇게나 처리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감실이 도난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성체는 예수님의 실제 몸인데, 어떻게 예수님께서 계신 감실이 도난당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는 않는지요? 예수님께서 계신 거룩한 곳을 훔쳐 가는데 예수님께서 왜 그들을 그냥 놔두셨을까요?

  저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로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성체 신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성혈 대축일을 지내는 오늘 우리가 묵상해야 할 좋은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미사 중에 사제의 성령청원 기도를 통해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감각으로 체험할 외형의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성체와 성혈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보호하지 않았고 고통과 죽음을 피하지 않았던 것처럼, 예수님의 몸과 피인 성체와 성혈도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고, 도둑에 의해서 바닥에 내팽겨지는 것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물건을 훔치려는 도둑들에 의해서 바닥에 내팽겨지는 것을 피하지 못하는 밀떡을 보면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주님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200만 달러의 유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값어치를 가진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기 전에 세상 사람들이 성체성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 빵의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는 기적을 일으키셨는데, 그 과정을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일을 당신 스스로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먼저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하셨고, “빵과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습니다.”(루카 9,16)

  예수님께서 빵의 기적을 일으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성체 안에 살아 계시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이끌어 가시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지난주에 우리 공동체가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는 봉사자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궂은 날씨 속에서도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야외미사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양육된 우리를 통해서 이 세상에 참 행복과 참 기쁨을 주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만약 예수님의 몸과 피를 모신 우리들이 예수님처럼 변화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둑들이 감실을 훔쳐 가면서 성체를 바닥에 내버리고 간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몸을 모시는 우리들이 예수님처럼 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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