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2022년 1월 2일

드디어 2022년이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이들을 비추기 위해 우리 세상에 오신 “참빛”이 우리 삶을 새해 내내 밝게 비추기를 소망하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참조 요한 1: 9)

 어제 2022년 새해 첫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성모님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여, 오늘 새해 이틀째에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냅니다. 성탄에 ‘참빛”이신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시어 동방의 세 박사들의 알현을 받으며 세상의 모든 이를 비추는 참빛으로 공현되셨음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참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비추고 있으나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고 복음 사가이며 사도 요한은 그의 복음서를 통하여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하느님은 선구자이며 세례자 요한을 먼저 보내어 준비시키셨습니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에 의하면 동방에서 메시아의 별을 보고 세 박사가 아기 예수님을 베들레헴까지 찾아옵니다. 그리고 엎드려 경배하고 보물 상자를 열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바치고 돌아갑니다.

 예언서의 말씀대로 가장 작은 고을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연약한 아기로 구세주 예수님은 태어나셨습니다. 구세주 예수님의 이러한 미천한 상황에서의 탄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바로 하느님의 구원의 의미를 잘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사랑은 가장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하나도 업신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구원하여 세상 모든 이들이 구원받게 하려는 사랑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가장 작은 고을 베들레헴은 예언서 미카의 5장에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그의 뿌리는 옛날로, 아득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므로 해산하는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주님은 그들을 내버려 두리라. 그 뒤에 그의 형제들 가운데 남은 자들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돌아오리라.” (미카 5: 1-2)

 그리고 고을 이름 베들레헴은 “빵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생명으로 빵으로 우리에게 오심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체 성사를 지내는 성당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시는 곳으로 우리의 베들레헴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베들레헴, 즉 빵이 집인 성당에서 매 주일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생명의 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받아 모시어 우리 자신이 예수님의 신비로운 몸 즉 지체가 되어 세상으로 나갑니다.

 즉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신비의 지체로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드러내는 공현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성체를 받아 모신 우리가 모든 이들을 비추는 참빛으로 세상을 비추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공현의 표증입니다.

 우리의 존재 가치는 단순히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넘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고귀하고 거룩한 존엄성을 갖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 자체도 고귀하고 거룩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바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는 사명이고, 우리 삶 자체가 세상의 참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밝게 비추어야 한다는 사명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며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살아갑니다.

 이러한 신앙으로 지난 2년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과거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잘 버텨내며 우리의 일상을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년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어  지난 한 해는 나름 안정감이 되살아나는 한해였지만  연말에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다시 감염자 창궐로 우리 생활이 다시 냉각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작년 2021년을 돌아보면 희망의 한해였습니다. 2020년 봄에 시작된 코비드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 공동체 식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위험을 신앙의 힘으로 서로 돕고 위로하며 극복하고  함께 더불어 어려움을 헤쳐 나온 한해였습니다.

 공동체의 의미와 중요성을 한껏 깨달았고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공동체를 통하여 드러남을 경험한 한 해였습니다.

 특히 지난 시월 우리만의 작은 잔치인 ‘바자회’가 성황리에 이루어져 큰 잔치가 되었고 만남의 잔치가 되었고 희망의 잔치가 되어 힘든 일상의 단비와도 같은 행복감을 주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단체와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가능했던 잔치였습니다. 이는 우리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잘 드러난 행사였습니다.

 이보다도 작년 한 해 동안 제가 목격하고 감동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매 미사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남아서 우리가 앉았던 의자를 방역하는 모습입니다.

 각자 알아서 누구는 소독약을 뿌리고, 그러면 또 다른 이들은 장갑을 끼고 수건으로 소독약이 뿌려진 의자를 닦으며 소독을 하는 일사불란한 장면을 보면서 우리 공동체의 아름다움에 가슴 뿌듯해하곤 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이 넘게 이렇게 열심히 방역에 봉사해주시는 분들의 얼굴에서 천사의 모습을 봅니다.

또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불평불만 없이 모든 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미사에 참례하는 모습에서 감사와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 공동체가 서로를 위한 배려심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하였습니다.

 이번 오미크론 사태로 다시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뉴욕주와 교구의 공문이 왔을 때,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실천하고 있다는 데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희생적 봉사와 협조로 우리 모두는 미사 참례에 안전함을 느끼고 나아가 힘든 시기에 하느님과 함께 삶의 위로와 기쁨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 각자가 그리스도 예수님의 지체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와 또 새해를 맞이 하였습니다. 올해의 시작도 작년과 다를 바 없이 어둡기만 합니다. 그러나 참빛이신 예수님은 올해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어둠을 거두어 내 주실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각자가 서로에게 빛이 되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해나가면 나름의 삶의 행복을 찾아낼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공현의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나아가 역설적으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우리 희망의 이유인 것처럼,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 우리 공동체가 우리 희망의 이유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2022년 가장 낮은 곳으로 가장 낮은 이를 위해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참빛으로써 세상의 어둠을 거둬내어 코비드 팬데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모든 이들을 비추려 참빛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러므로 기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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