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성찰

2018년 9월 23일

약 20년 전에 한국의 대중음악에는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 노래는 원래 1988년에 발매된‘시인과 촌장’이라는 가수의 노래였는데, 후에 대중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리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시적인 가사와 더불어 잔잔한 분위기의 서정적인 이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일으키는데, 어떤 면에서는 종교적으로 우리를 참회로 이끄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가사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가시나무의 가시를 자기 자신의 헛된 바램들에 비유하며, 쉴 곳을 찾아 날아온 새들이 가시에 찔려 날아가 버린다며, 이기심으로 가득 찬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예수님을 자기 안에 모시고 살아가야 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내 안에 내가 얼마나 자리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자기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어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어야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게 되는데,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하면, 결국 주변이 텅 빈 채 아무도 없이 홀로 서 있는 자신만 남겨질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수 없이 자신을 무너뜨리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고집이 꺾이도록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합니다. 또한 세상에는 나보다도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음을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그렇다고 열등의식을 가져서는 안 되고, 자신이 부족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며 다른 것, 특히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는데, 이는 자신을 더욱더 구렁으로 빠뜨리게 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매일 성찰하면서 하루 동안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지는 않았는지, 자기의 말과 행동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를 묶고 있는 스스로의 매듭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안에 예수님께서 자리하실 공간이 조금씩 생겨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말씀을 하십니다. 먼저 “사람의 아들은 사람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논쟁을 벌이던 제자들을 향해서는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부활을 위해 거쳐야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하신 첫 번째 말씀은 우리가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 자신이 부서지고 산산조각이 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을 뜻합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꼴찌가 되라고 하신 말씀은 자기 스스로를 버리는 과정을 계속 밟아야 함을 일러줍니다. 내가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낮은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지닐 때, 자기 안에 남을 더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을 더 크게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가 변화된 삶을 살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를 버리는 노력을 해야 하고, 자기중심적이 아닌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함을 전합니다. 그래야 우리 안에 예수님을 모실 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 말미에 예수님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제자들 가운데에 세우신 다음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십니다. 어린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그만큼 우리 자신이 순수한 상태로 다듬어져야 하고 또 아이와 같이 낮은 입장에 서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바로 그러한 상태에 있을 때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십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가 좀 더 예수님을 자기 안에 깊이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고 겸손함을 갖출 수 있기를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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