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2022년 11월 20일

지난 11월 8일 화요일에 중간 선거가 있었습니다. 다들 투표 잘하셨는지요? 제가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한국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서, 이번 투표의 영향과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선거 과정과 결과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신자들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이번 투표의 결과를 보면서 기뻐하셨을 분들이 있고, 또 한편에서는 분노를 곱씹으셨을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의 결과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보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또 울분을 표출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선거의 결과가 나오면, 마치 이 세상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금방 변할 것 같다는 희망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반대로 내가 원하지 않는 선거의 결과가 나오면, 이 세상이 당장이라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슬픔과 함께 분노의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실제로 선거의 결과는 이 세상을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힘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이전에는 임금을 비롯한 소수의 권력가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자본가들 소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과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변화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이번 선거에서, 또는 최근 선거에서 어떤 가치와 기대를 가지고 투표를 하셨는지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물에 관한 질문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후보를 선택했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저마다 다른 이유를 말하겠지만, 크게 생각하면 세상과 나를 더 기쁘고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셨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나와 세상의 상황이 더 나쁘게 되기를 바라면서 투표를 하신 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투표를 하면서 나와 세상을 참으로 기쁘게 해주고 참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보셨는지요? 나에게 참기쁨과 참행복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우리에게 참행복과 참기쁨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구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서 처절하게 살고 있는 내가 투표 한 번 한 건데, 이를 두고 구원과 하느님 나라를 언급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루카 13,18)고 하시면서 지금도 우리 가운데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마귀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공격한 이들에게,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느님의 능력과 힘이 드러나는 곳에서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 인해서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하느님 나라의 완성과 구원을 위한 노력이 됩니다. 특히나 선거와 같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에 참여할 때에는 더욱더 많은 기도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과 하느님의 관계에 초대해 주신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그리고 우리에 대한 사랑과 구원 의지를 보여주는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를 청하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청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끝나는 작은 기쁨과 작은 행복을 위해서 하는 정치를 작은 정치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과 참기쁨과 참행복을 위해서 하는 정치는 큰 정치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큰 정치에 참여하고 있으신가요? 아니면 작은 정치에 참여하고 있으신가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던 죄수 중에 작은 정치에 참여하고 있었던 죄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큰 정치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다른 죄수는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체험했고, 예수님께 구원을 보증 받았습니다.

  우리에게 참행복과 참기쁨을 주시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 살 때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 스스로 비천하게 되셔서, 우리를 섬기신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비천해지고 낮아져서 이웃을 섬길 때, 우리도 예수님처럼 임금이라고 불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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