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2020년 10월 11일

오늘은 연중 제28주일 10월 11일입니다. 시월의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주변의 나뭇잎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단풍을 좋아하는 이는 어느새 업스테이트로 등산을 가거나 드라이브를 한다고 합니다. 이미 업스테이트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들었다고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마음이 답답한 분은 아름다운 단풍과 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하느님의 따듯한 품을 경험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속절없이 가을의 아름다움이 다가오는데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확산을 우려하여 여러 가지 방제 정책이 우리의 삶을 더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주초에는 쿠오모 주지사의 발표로 뉴욕의 브루클린과 퀸즈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색깔로 구분해 모든 종교 모임을 제한한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위험지역으로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지역과 보로파크 지역이며, 퀸즈는 큐가든과 레고팍 지역입니다.

  이번 발표한 색깔별 위험 지역 중 가장 위험한 빨간색 지역은 어느 특정 종교의 뉴욕주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 정책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그 지역의 특정 종교의 집회에 제약을 가하면, 문제를 특정 종교의 비난을 우려한 뉴욕주 정부는 모든 종교의 집회 제한으로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디마지오 주교님이 정식으로 항의하였고 법적 대항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3월부터 지금까지 브루클린 교구의 모든 성당은 뉴욕주와 뉴욕시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에 적극 동참하였습니다. 현재도 뉴욕주의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모든 성당이 미사를 드리고 있고 방역에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가톨릭 신자의 안전을 위해서이며, 또한 뉴욕의 공공 안전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현재까지 성당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확진된 보고가 없고 집단 확진도 없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특정 종교 단체 여론에 의하면 특히 헤시딕 유대교 회당이 뉴욕주의 방역 정책에 동참하지 않고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집회를 강행하여서 그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대교 공동체의 문제를 정치적 이유로 모든 종교 집회의 문제로 희석시키며 그 지역 내의 다른 종교의 집회마저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정책이며 이로 인해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미사 참례에 우려를 표하고 두려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한 정책으로 우리 교구와 신자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우리 교구장인 디마지오 주교님이 공식적으로 항의하게 된 것입니다.

  모든 전문가들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2차 확산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고 모든 시민이 자신의 안전과 사회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 수칙을 습관처럼 지켜야 함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정책 입안자의 시민에 대한 무분별한 제재는 그 문제가 바이러스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권력 남용이 됩니다.

  오늘 주일 복음은 마태오 복음의 22장 1-14절의 말씀으로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을 비유하여 하늘나라에 초대받은 사람들에 관한 교훈을 주십니다.

  초대받은 이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혼인 잔치에 오지 않자 임금은 그들을 벌하고 종들을 시켜 고을 어귀로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초대합니다.

  이렇게 초대받은 사람들로 잔칫방이 가득 차서 임금이 이들을 보러 왔다 혼인 예복을 갖추어 입지 않은 손님을 내쫓아버립니다.

  이 비유의 말씀으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14)

  사실 모든 이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지만 그 부르심의 의미를 파악하고 준비하는 이는 적습니다. 혼인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서 보다는 생각 없이 남들이 간다고 따라간 사람들도 있고 잔치 음식이나 먹고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초대받은 이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를 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의 용서와 화해를 믿고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바로 당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이나 아집을 위해 남을 불이익이나 고통을 간과하지 않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행동이 바로 그리스도의 신앙입니다.

  우리 교회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 타의 모범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기에 지난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극심했을 때 미사를 중단하고 교회의 문을 닫는 극단의 조처에도 적극 동참하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안전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은 단지 우리만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의 안전까지도 배려한 조처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처럼 배려가 없는 자신의 정치적 안위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정책은 권력의 남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이번 조치는 종교 집회의 탄압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교구의 입장입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안전수칙을 따르며 우리 자신과 우리 도시의 안전을 위해 우리 각자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두려움은 오히려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어려움과 고통에 위로를 주십니다. 두려워하기 보다는 감사한 일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팬데믹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더 깊은 믿음으로 삶의 아름다움과 이웃의 고마움을 재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주일 미사의 첫째 독서인 이사야서의 말씀이 우리의 고백이기를 바랍니다.

그날에 이렇게들 말하리라.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이분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님이시다.
이분의 구원으로 우리 기뻐하고 즐거워하자.”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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