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일

2021년 1월 24일

  회개는 하느님과 그분의 뜻에서 벗어나 살던 사람이 자기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가는 행위를 뜻합니다회개라는 말은 라틴어로 ‘conversio’라고 하는데이는 방향을 바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죄의 길로 가고 있던 사람이 방향을 바꿔서 생명의 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신약성경에서는 희랍어로 ‘metanoia’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이는 마음을 바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회개는 죽음의 길로 가고 있는 사람이 마음을 바꿔 방향을 돌려 생명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회개는 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이 하는 것입니다의인은 이미 하느님께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회개라는 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그렇다면 우리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일까요아니면 회개해야 하는 죄인일까요우리는 죄인일 수밖에 없습니다살면서 결코 죄를 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스스로 죄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면그것은 자신을 깊이 성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성인들도 자기들이 지은 많은 죄를 고백하며 회개의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고백록’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성 아우구스티누스 주교는 ‘회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온갖 방탕한 생활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눈물로 회개하며 세례를 받은 그는 자신이 회심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느님께 고백합니다아름다운 시와 같은 그의 고백은 이렇습니다. “늦게야 임을 사랑했나이다이렇듯 오랜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늦게야 임을 사랑했나이다임께서는 제 안에 계셨거늘 저는 밖에 있었고밖에서 임을 찾으며 임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피조물 속에 일그러진 저를 내던졌나이다임께서는 저와 함께 계셨지만 저는 임과 함께 있지 아니하였습니다당신 안이 아니면 존재할 수조차 없는 것들이 임 멀리서 저를 붙들고 있었나이다임께서는 부르시고 외치시어 제 귀먹음을 고치셨고 비추시고 밝히시어 제 눈멀음을 쫓으셨나이다임께서 향기를 피우시니 숨 쉴 때마다 임 그리워하고임을 맛보았기에 배고프고 목마르며임께서 저를 어루만져 주셨기에 임의 평화를 열망하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예수님께서는 어떤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회개할 것을 요구하십니다회개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이는 회개가 죄를 뉘우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막 고해성사를 받아서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에 회개할 필요가 없다면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됩니다회개는 내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제1독서인 요나 예언서에서 주님께서는 죄 많은 니네베 사람들을 벌하려 하십니다그러자 니네베 사람들은 회개하기 위하여 단식을 하고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자루옷을 입습니다자루옷은 죽음을 애도하거나 참회를 할 때 입었던 옷입니다니네베 사람들은 원래 자기들의 방탕한 삶에서 방향을 바꾸어 하느님을 믿기 위해서 참회 행위를 합니다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재앙을 내리지 않으십니다.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어떻게 회개해야 하는지 잘 말해줍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는 전의 삶과 완전히 반대되는 삶을 살라는 비유의 말입니다회개는 마음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누구도 자기는 죄가 없기 때문에죄를 뉘우쳤기 때문에고해성사를 받았기 때문에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삶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면 말입니다우리는 모두 늘 회개하며 살아야 합니다회개는 끝이 없는 것입니다그래서 우리는 의인이 아니라 회개해야 하는 죄인인 것입니다복음의 제자들은 어부로서의 삶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택합니다이렇게 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제자들의 모습을 묵상해 보면서우리 자신은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회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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