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6주일

2021년 9월 26일

오늘날 교회는 성소자들 뿐만 아니라 봉사자들이 부족한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봉사를 하는 것은 자기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봉사자들 스스로가 나름대로 겸손한 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신자들은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격려해 주는 모습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민수기에서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내리셨던 영을 조금 덜어내시어 일흔 명의 원로들에게 그 영을 내리십니다. 모세가 혼자서 백성들의 짐을 지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모세와 같이 짐을 짊어질 이들을 세우셨습니다. 그리하여 일흔 명의 원로들이 예언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일흔 명의 원로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주님의 영을 받기 위해서 천막으로 나아가지 않고, 진영에 머물러 있었던 엘닷과 메닷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도 주님의 영이 내려 그들이 예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젊을 때부터 모세의 시종 일을 해온 여호수아의 눈에는 그것이 좋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그는 모세에게 “저의 주인이신 모세님, 그들을 말리셔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여호수아가 모세를 ‘저의 주인’이라고 부르는데, 그가 모세를 특별히 생각하고, 그에 대한 충성심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모세 이외에 다른 누군가가 하느님의 영을 받는 것이 탐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을 말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세는 도리어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하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느 특정한 인물 한 사람을 통해서만 일을 하시지 않고, 그분께서 원하시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당신이 택하신 사람들을 통해서 일하십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성령을 받고 교회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을 받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의 능력에 따라 직무를 맡기시기보다, 당신의 판단에 따라 적재적소에 당신께서 원하시는 사람을 불러 직무를 맡기십니다. 그러므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은 누구나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고, 설령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교회에 더 큰 봉사를 하거나, 더 많은 봉사를 한다고 시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봉사자들을 통해서 어떻게 교회를 이끌어 가고 계시는지 그분의 뜻을 발견하고, 봉사자들을 통해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복음의 첫머리에서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보았고, 그들이 자기들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막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요한은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라고 말하는데, 그는 아마도 예수님과 함께 지내고 있는 자기들만이 마귀를 쫒아낼 수 있는 권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런 권한은 하느님께만 있기 때문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그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시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막으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반대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그들을 막지 않으십니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봉사의 형태가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 합당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봉사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봉사자들은 특별한 방법으로 하느님께 봉사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영성생활에 충실해야 하고, 실질적인 자질도 갖추어야 합니다만, 교회의 봉사는 타고난 자질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자질에 대한 판단은 우리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하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본당 공동체가 서로에 대해 시기하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돕고 격려하는 모습으로 신앙 공동체를 이루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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