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4주일

2021년 9월 12일

마르코 복음 8장의 시작은 주님께서 빵 일곱 개로 사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시고 나서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인들은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며 주님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제자들 또한 빵의 기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런 일들이 있은 직후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십니다. 예수님께서 설문조사를 하신 이유는 당신의 인기가 얼마나 있는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자들에게 당신의 존재를 좀 더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 준비를 하시고, 제자들에게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십니다. 베드로 사도는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을 합니다.

  베드로 사도의 고백을 들으시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예언하시면서 당신은 수난과 죽음을 당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기름 부음을 받은 분으로 이스라엘을 해방시키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에 대한 큰 기대가 있었고 그 기대에 어긋나는 수난에 대한 예고를 듣고 제자들은 당황하며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베드로 사도는 주님을 붙들고 수난 예고에 대해 반박하기 시작했다고 오늘 복음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는 베드로 사도가 입을 열자마자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하시며 꾸짖으셨습니다. 방금 예수님이 “그리스도”라고 고백한 베드로가 자신의 스승님께 혼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한국 번역본은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라고 하는데 영어 성경은 “Get behind me, Satan!”, 번역을 하면 “사탄아, 내 뒤에서 따라라”라고 번역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꾸지람은 무섭고 확실하게 베드로의 잘못을 고쳐주시는 모습이십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베드로 사도를 꾸짖으시며 버리시는 것이 아니라 베드로 사도가 자신의 위치와 초심을 잊지 말라고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내 뒤에서 따라라”라는 말씀은 마르코 복음 시작에서 처음 나옵니다. 마르코 복음 1,18-20 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주님께서 시몬과 안드레아를 보시고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하시며 부르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주님을 뒤에서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 뜻은 또한 주님의 삶을 그대로 따라 살아야 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그 분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는 것 뿐만이 아니라 주님의 삶과 죽음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와 초심을 잊어버린 베드로 사도는 주님께 인간적인 기대감에서 나온 생각으로 얘기하다 예수님께 무척 혼납니다. 주님의 꾸지람은 베드로 사도를 정신 차리게 하시면서 제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초심으로 돌아가 예수님 뒤를 잘 따라가게 고쳐 주십니다.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하면서 우리가 베드로 사도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한적이 없는지 묵상해 봅니다. 예수님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잊고 주님께 내 생각만을 고집한 적은 없는지. 그리고 세상의 것에 현혹되어 신앙생활의 초심을 잊고 하늘나라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을 탐하지는 않았는지 묵상해 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베드로 사도를 부르신 것과 같이 부르셨습니다. 당신을 뒤에서 따라 오라고, 십자가까지 짊어지고 당신을 따라오라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