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1년 8월 22일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예수님과 그 말씀을 듣고 두 가지의 다른 반응을 보이는 제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을 포함하여 이 말뜻의 내적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제자들 가운데에 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떠납니다. 요한복음에만 나타나는 이 본문은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일으키신 다음에 위치합니다. 요한은 빵을 베풀리 먹은 기적을 체험한 이들이 육신을 살리는 빵을 추구하기보다도 영혼을 기르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일에 더 헌신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빵의 기적을 일으키신 후에 당신을 따라온 이들에게 썩어 없어질 양식보다도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을 얻기 위해 힘쓰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따르면서 물질적인 행복을 바라기보다도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배우고, 이를 통해 영적인 성숙을 추구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일반적으로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을 성체로 이해합니다.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시는 성체성사는 우리 신앙생활의 정점을 이루는 요소로, 예수님의 몸을 보고, 만지고, 맛보는 이 예식은 그 어떤 형태의 기도보다도 큰 구원의 은총을 가져다줍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떠나는 복음의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 성체성사를 뜻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성체가 왜 생명의 빵인지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빵을 먹는 것은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모시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하셨던 때에는 성체를 받아 모시는 예식이 없었습니다. 우리와 달리 제자들이 예수님의 살을 먹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을 것입니다. 또한 생명의 빵이 성체 외에 다른 의미를 내포하지 않다면, 생명의 빵인 성체를 모시지 않고는 영원한 생명에 이르지 못한다는 단편적인 생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성체를 모시지 못하여 구원에 이를 수 없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생명의 빵은 오직 성체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제자들이 떠나자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에게 그들도 떠날 것인지 물으십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부인하며 예수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베드로도 아마 생명의 빵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 못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줄곧 예수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열두 제자들은 예수님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종종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비록 예수님의 말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제자들은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예수님께서 육신의 배를 채워주시는 분은 아니셨지만, 그분의 진실한 말씀과 거짓 없이 참된 모든 활동이 영적인 힘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빵을 먹는 것은 성체를 모시는 것만을 뜻하지 않고,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듣고, 되새기고, 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열두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는 동안 성체를 받아 모시지 않았지만, 예수님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면서 그분께서 주시는 보이지 않는 영적인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생명의 빵은 반드시 눈에 보이는 형태로 우리에게 오는 성체만이 아니라, 예수님 당신을 포함하여 그분께서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베푸시는 모든 은총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생명의 빵을 먹고 있는지 자신의 신앙생활을 성찰해 보고, 또 어떻게 열두 제자들이 먹었던 생명의 빵을 우리가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대화하고, 밥을 먹고, 길을 거닐고, 나무에 기대어 쉬는 등의 소소한 일사 속에서 자연스레 영적인 빵을 먹었습니다. 우리는 비록 제자들처럼 직접 눈으로 예수님을 뵙고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없지만, 삶의 매 순간 우리와 함께하시는 그분의 현존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방식이지만, 끊임없이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잠시 침묵 속에 그분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의 의지를 그분의 뜻과 일치시키려는 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양식, 생명의 빵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다른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제자들이 늘 예수님과 함께 머물렀듯이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느끼는 것 자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그분 곁에 머물려 했던 열두 제자들이 어떻게 예수님과 함께 생활하며 그분께서 주시는 빵을 나누어 먹었는지 묵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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