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일

2022년 8월 21일

  신자들에게 “미국에 와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매번 질문을 들을 때마다 고민하게 되는데, 지금은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는 것과 아이들의 순수함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통해서 그리고 신자들의 체험을 들으면서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리지 못하고 경쟁하는 가운데,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는 있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나는 모든 민족들과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을 모으러 오리니 그들이 와서 나의 영광을 보리라.”(이사 66,18)는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좋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회개하여 아이처럼 되지 않으면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는 말씀과 함께 순수한 사람들과 지내게 될 하느님 나라를 상상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곳 아이들이 보여주는 순수함은, 한국에 비해서 경쟁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경쟁을 강요받는 세상에서는 아무래도 순수함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나는 모든 민족들과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을 모으러 오리니 그들이 와서 나의 영광을 보리라.”(이사 66,18)는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은,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민족들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때의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는 하느님께서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혈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유배에서 돌아와서, 하느님의 구원관을 넓혔다는 것은 큰 변화였습니다. 더욱이 하느님께서 구원해 주겠다고 하는 모든 민족에는 자신들을 침략했던, 아시리아와 바빌론과 이집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원수 같은 바빌론과 아시리아와 이집트를 포함한 모든 민족들을 구원해주겠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이 질문을 조금 바꿔서 지금 나에게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내 원수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구원해주겠다고 합니다어떤 마음이 드시는지요?

  하느님께서는 민족과 언어의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을 구원하고 싶어서 당신의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이를 잘 알고 있는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면서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루카 13,23)하고 묻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구원받을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루카 13,24)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구원의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좁은 문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중심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공짜로 주었다는 말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구원을 얻어내야 한다는 말이 더 쉽게 와닿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내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신다는 말씀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말씀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나, 이른 아침부터 포도밭에서 일한 일꾼이나 해 질 녘부터 포도밭에서 일한 일꾼이 같은 품삯을 받는다는 말씀을 듣고는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 (마태 20, 1-16)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당신을 통해서 구원받을 새로운 가족을 언급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이다”(루카 8,21 참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좁은 문”(루카 13,24)은 이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 중에 구원에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원자로 믿고 살아가는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길어야 100년이면 끝날 이 세상에서 온갖 부귀영화 권세와 세력을 누리고 산다고 할지라도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지금 이웃과 경쟁하여 그들을 짓누르고 첫 번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하느님 나라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함으로 하느님 나라를 기쁘게 준비하게 해달라고 청하고 또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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