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일

2022년 1월 16일

  오미크론의 확산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과, 자가격리 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환자들을 공동체에서 분리하여 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위기 11장-15장을 보더라도 이집트를 탈출한 당시에 이미 오늘날의 자가격리와 같은 규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날에는 PCR 검사나 항원 검사 등을 통해서, 병이 나았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공동체에 합류하지만, 레위기가 작성된 시기에는 이를 사제가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그 증거로 제물을 잡아 제사를 지내는 정결례를 행한 뒤에, 공동체로 복귀했습니다. 이러한 정결례 규정은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를 고치신 이야기』(루카 5,12-16; 마태 8,1-4; 마르 1,40-45)를 통해서 예수님 시대에까지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레위기 11장-15장을 보면, 정결례가 필요한 경우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레위기에서 정결례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를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 민족의 육적인 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하는 보건위생 규정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영적인 건강을 위한 것으로, 하느님께 선택된 백성이며 사제로 뽑힌 거룩한 민족인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같이 거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규정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레위 11,44 참조)

  이집트 노예살이를 하던 중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선택된 민족인 이스라엘은, 사제로 뽑힌 민족이며, 야훼 하느님과 깨어질 수 없는 계약을 맺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1독서에서 비유하고 있듯이,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 민족은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자주 묘사되곤 합니다.

  야훼 하느님과 맺은 계약으로 거룩한 사제민족이 된 이스라엘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부정한 것을 피하며 정결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부정해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정한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거룩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정결례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신 이후에는,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었던 신랑-신부의 관계가 예수님과 교회의 관계로 변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교회는 과거에 이스라엘 민족이 그랬던 것처럼 거룩한 백성이 되었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사제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예수님과 교회의 관계로 똑같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정화를 위해서 제물을 잡아 바쳐야 했지만, 지금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제물이 되셔서 우리를 거룩하게 해주셨기 때문에 다른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 연중 제2주일의 복음으로 들은 『카나의 혼인잔치 이야기는』 방금 이야기한 내용들을 요한복음의 특징을 살려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배경이 되는 혼인잔치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었던 관계가 이제 예수님과 교회가 맺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정결례에 쓰기 위해서 준비했던 물독의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서 흘리신 물과 피를 상징하며(요한 19,34), 동시에 이를 기억하여 행하라고 남겨주신 성체성사를 상징합니다.(루카 22,19 참조)

  여기에서 갈릴래아 카나에서 있었던 혼인잔치를 예수님과 교회와의 관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 계실 때 그 곁을 지키던, 당신의 어머니와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하셨던 말씀 덕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위에서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를 “여인”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인류의 어머니인 하와를 생각나게 해줬으며(창세 3,20), 동시에 성모님께서 이제 교회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더불어서 성모님께서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 믿음을 갖고 청했던 모습은, 이제 성모님만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들 모두가 갖게 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랑신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 어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을 교회가 보여주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위해서 교회의 구성원들 한명 한명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성령의 은사”라고 부르는 선물을 주셨고, 이를 이용해서 공동선을 이루고 교회의 성장시키라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1코린 14장)

  연중 제2주일을 보내면서, 세례성사로 다시 태어난 우리들 모두가 하느님께 선택된 거룩한 사람들이라는 것과, 우리의 거룩함이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 제사로 완성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성령의 은사”가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밭에 묻어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착하고 성실한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게 해달라고 오늘 미사 중에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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