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일

2023년 1월 15일

우리는 지난 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을 마지막으로 성탄 시기를 마무리하고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많은 기적들을 일으키신 것을 묵상하는 연중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전례주기에 따라서 우리가 기억하고 묵상하는 예수님에 관한 주제가 계속해서 변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이민족들에게까지 드러나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과 이어지는 주님 세례 축일, 그리고 연중 제2주일에 들은 하느님 말씀은 계속해서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주 주님 공현 대축일에 동방에서부터 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서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왔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예수님께 경배하기 위해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로 가지고 왔습니다. 이들이 선물로 가지고 온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각각 아기 예수님께서 만왕의 임금이시며, 대사제이시고,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영원한 생명을 주실 예언자라는 것을 드러내 보여주는 선물이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선물로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님 세례 축일에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예수님에 대해서 증언해 주시는 모습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을 때,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예수님 위로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전해주었습니다. (마태 3,16-17 참조)

  완전한 하느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님께서는 회개의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우리를 위해서 세례를 받으시고 삼위일체 하느님과 함께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장차 세례를 받고 모든 죄를 씻고 다시 태어날 당신의 제자들이 누리게 될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의 영광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이미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다시 태어나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보여주셨던 모습을 따라서 살라는 초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러셨듯이 임금이며 사제이고 예언자로서 이 세상에 살라고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며,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하고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했던 이 표현을 우리는 미사 때 쪼개진 예수님의 몸을 보면서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하고 대답합니다.

  미사 때 예수님의 몸을 쪼개어 보여주는 것은, 구약시대에 계약을 맺고 제사를 지내던 전통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 구약의 백성들은 제물을 잡아 둘로 쪼개고 그사이를 지나가면서 제사를 지내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맺는 계약을 다시는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미사 때 우리 구원을 위하여 스스로 희생제물이 되신 임금이며 사제이며 예언자이신 예수님의 쪼개어진 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를 기억하여 행하여라.”하고 명령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현실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제 막 이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에는, 천사의 인도 안내를 받은 목동들의 인사를 통해서 그리고 별의 인도를 받아 주님께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의 선물을 통해서, 당신께서 누구인지를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세상에 나오셨을 때에는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인지를 밝혀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드러내 보여주고 계실까요?

  예수님께서는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다시 태어났으며, 당신의 몸을 나눠 먹으면서, 당신의 말씀과 가르침을 기억하고 행하기로 다짐하는 바로 우리들을 통해서 당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제 세례자 요한이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하고 지목하는 방향이 내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이 아니라,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기억하고 행하는 삶으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을 증언하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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