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일

2021년 7월 25일

  예전에 본당에서 주일학교 은총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요구와 불만을 들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선생님들은 은총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좋은 물품을 마련하기 위해서, 본당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본당이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며 선생님들을 독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일이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고,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즐겁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득했습니다. 은총 시장은 다행히 예년과 다르지 않게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은총 시장의 질적 차원에 대해 좋아했는지 실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보다도 다 함께 어우러져서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가운에 함께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당에서 사목을 하면서 신앙과 관련된 일만 하면 좋겠지만, 재정과 관련된 일 때문에 종종 어려움에 부딪히곤 합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경우에 주임신부는 신자들의 영적인 돌봄보다도 본당을 운영하기 위해 재정을 관리하는 데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미국 내에서 본당 재정의 악화로 문을 닫는 성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신앙만으로 성당이 꾸려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한 번도 우리가 신앙을 위해서 재산을 모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진 재산을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셨지, 신앙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재산을 잘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면에서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재정이 많고 적음을 걱정하기보다 기도를 얼마나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그분께서는 신자들을 영적으로 기르시는 데에 경제적 여건보다도 순수하게 기도하는 데에 더 주목하셨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르는데, 그들은 이미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묵을 곳도 변변치 못한 상태에서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배를 채우려고 하시는데, 필립보에게 빵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그를 시험하는 질문을 하십니다. 그런데 필립보는 그 사람들을 먹이려면 이백 데나리온 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을 합니다. 필립보에게는 빵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먹일 빵을 충당할 돈이 부족하다는 점이 걱정이었습니다. 이어서 안드레아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를 찾았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고 말합니다. 사람의 수와 빵값에 대해 어느 정도 계산이 된 터라, 그들에게 빵 다섯 개와 물고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됩니다. 제자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런 걱정을 뒤로하신 채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시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개의 빵과 물고기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하신 전부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묵상할 수 있는 점은 많은 사람들을 살찌우는 것은 빵과 물고기의 개수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적은 음식이라도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본당의 재정적인 어려움이나 단체들이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들 때문에 우리의 신앙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신앙은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달려있지 않고, 우리가 얼마나 기도하고 어떻게 기도의 삶을 사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타난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며, 우리 자신은 기도하는 데에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는지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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