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일

2022년 7월 17일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하여 평생을 인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헌신한 마더 데레사 성녀에 관한 여러 가지 일화들이 있습니다그중에 사랑의 선교회 수녀님 중에 한 분이 마더 데레사 수녀님을 찾아와서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시간이 부족하니 성체조배 시간을 줄여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그런데 이 부탁을 들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오히려 성체조배 시간을 늘리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 설립되었으며모든 것을 바쳐서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것을 카리스마로 갖고 있는 수도회에서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성체조배 시간을 줄여달라고 했는데왜 마더 데레사 성인은 오히려 성체조배 시간을 늘리라고 했을까요?

  저는 마더 데레사 성인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마르타야마르타야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1)는 말씀의 의미를 깊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성체조배 시간을 줄여달라는 요청에오히려 성체조배시간을 늘리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을 알아보기에 앞서서잠시 지난주 복음을 기억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지난 주 복음은 어떤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율법의 핵심”이라고 답하는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그리고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예수님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설명하면서“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는 말씀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이 바로 오늘 복음입니다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말하고실천을 강조하라는 말씀에 바로 이어지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주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지난주와 이번 주 복음을 들으면서그렇다면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왜냐하면 일상의 바쁜 삶을 살면서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봉사와 기도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어쩔 수 없이 기도와 봉사 중에 선택을 해서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는 말씀과 “주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좋은 몫”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그래서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말씀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가지난주 복음의 시작이었던 “스승님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계명을 지키고 봉사와 기도생활을 하는 이유는 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해서입니다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힘든 일상의 삶을 살면서도 기도하고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고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정적으로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고 노력하다 보면종종 우리가 놓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영원한 생명을 희망할 수 있는 것은우리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결과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 때문에 당신의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고아드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우리가 구원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때우리는 계속해서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무엇인가를 더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그러다 보면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있는데도주님을 보지 못하고참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주님을 바로 옆에 두고도 계속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마르타를 향해서예수님께서는 “너는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필요한 단 한 가지”는바로 “당신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베드로 사도가 백성의 지도자들과 원로들에게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사도 4,12)라고 담대하게 선포했듯이우리가 구원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받는데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상의 살면서 신앙생활 하는 것 자체가 도전으로 여겨지는 요즘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도와 봉사그리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려고 하는 것은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가 구원받았다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도록 합시다그렇게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 말씀을 듣는 가운데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께서 이미 우리 가운데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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