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지혜

2020년 11월 28일

오늘은 연중 34주간 토요일로 연중 마지막이면서 전례 ‘가’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구름이 낀 흐리지만 따스한 날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센티멘털 해지기도 하지만 시원하기도 합니다. 좋은 것의 마지막은 슬프지만 고통의 마지막은 기쁨입니다. 그렇게 그 마지막을 기다리기도 하고 마지막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기다리는 마지막은 어떤 느낌인가요?
오늘 복음 (루카 21: 34-36)은 어제 복음의 이어서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깨어 현시대를 정확히 아는 지혜의 중요성을 말씀하십니다. 세상을 읽는 지혜는 예수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입니다. 어느때는 세상 사람들이 똑똑한 지식으로 뱀처럼 영악하다면 우리도 하느님의 지혜로 현명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마지막이 온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일까요 아니면 익숙한 현재의 끝이 아쉽고 슬플까요?
현재의 익숙함을 바라보면 불확실한 미래가 걱정과 두려움의 이유이지만 내일의 새 삶을 바라보면 설렘과 희망의 이유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설렘과 희망을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며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구원하실 것이라는 믿음이고 그 구원이 좋은 삶, 즉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신다는 믿음입니다.
결국 우리는 혼자인 것 같아도 혼자가 아닙니다. 하느님과 함께 계십니다. 절망의 순간에도 혼자가 아닙니다. 슬픔에 가슴이 메어져도 혼자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우리가 우리 안에 갇혀 우리의 고통과 슬픔과 외로움 이외에 아무것도 보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세상을 감정으로 읽게 됩니다. 세상을 감정으로 읽으면 삶은 수양버들처럼 이리저리 부는 바람 따라 휘날리게 됩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고 서러워하며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스스로의 삶을 자포자기식으로 망치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루카 21: 34)
이 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그 힘은 바로 언제나 깨어 하느님의 지혜로 세상을 읽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기도가 깨어 하느님의 지혜를 배우는 지름길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지혜를 깨닫게 하고 믿음을 강하게 만듭니다. 강한 믿음은 우리를 하느님의 지혜는 세상을 바로 읽고 행동으로 옮기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의 중심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자비와 포용으로 설명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세상을 감정으로 읽거나 얄팍한 인간의 지식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같이 깊은 하느님의 지혜로 읽으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 방법은 바로 기도입니다. 나의 요구로 닫힌 편협한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열림 마음으로 하는 기도가 절실합니다.
열린 마음을 하는 기도는 우리 마음의 눈을 뜨게 하여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미래를 보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깨어 기도”해야합니다.
오늘 연중 시기의 마지막 날 대림 시기의 시작의 전야입니다. 한 해가 지고 새해를 맞는 마지막 날의 마음이 근심 걱정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득 찬 설렘이길 바랍니다.
시편 95(94),1-2.3-5.6-7ㄱㄴㄷ(◎ 1코린 16,22ㄴ과 묵시 22,20ㄷ)
◎ 마라나 타! 오소서, 주 예수님!
○ 어서 와 주님께 노래 부르세. 구원의 바위 앞에 환성 올리세. 감사하며 그분 앞에 나아가세. 노래하며 그분께 환성 올리세. ◎
○ 주님은 위대하신 하느님, 모든 신들보다 위대하신 임금님. 땅속 깊은 곳도 그분 손안에. 높은 산봉우리도 그분 것이네. 바다도 그분 것, 몸소 만드셨네. 마른땅도 당신 손수 빚으셨네. ◎
○ 어서 와 엎드려 경배드리세. 우리를 내신 주님 앞에 무릎 꿇으세.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분 목장의 백성, 그분 손이 이끄시는 양 떼로세. ◎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