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축하드립니다

2019년 12월 29일

우리 성당 식구 여러분,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25일 성탄 미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조카네 집에 갔습니다. 대부분의 식구들이 다 모였고 파티를 주관한 조카의 친구들과 이웃들도 함께 모여 집안 곳곳에 사람들로 꽉 차 왁자지껄한 파티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형제들 조카들과 회포를 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은 바로 식구들과의 모임에서 드러납니다. 각자의 생활과 경험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나는 감동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삶을 나눕니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어깨에 짊어진 멍에가 홀가분해집니다. 흥겨운 파티에 몸은 지치지만 마음은 흐뭇해지고 입가엔 미소가 진하게 머무릅니다.

이것이 가족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정겨운 관계, 굳이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그저 만남으로도 기쁜 관계, 서로 아웅다웅하다가도 내가 가장 힘들 때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관계가 바로 가족이고 오늘 이번 주일에 지내는 성가정에 대한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하느님의 가정은 완벽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조금씩 모자라고 힘들어하고 엇나가도 함께 같이 가는 사람들입니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면서도 그 끝은 용서와 화해인 것이 바로 하느님의 가정입니다.

하느님의 가정은 온전히 행복한 일과 웃을 일만 생기는 완벽한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분란과 오해와 편견을 이겨내고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결국 부둥켜안고 울 수 있는 관계입니다.

서로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결정으로 똑같이 행동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러한 가정은 이미 고인 물과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도 없고 기쁨도 없고 변화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다른 결정과 다른 행동이 소위 말하는 콩가루 집안 같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해 준다면 그 가정은 살아있고 이야기로 넘치며 활기찬 행복한 가정일 것입니다.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지위와 힘이 가정을 성스럽게 하거나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한 가정의 제1 조건으로 경제적 풍요를 꼽습니다.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저버리고 복권을 기대하듯 대박의 행복을 기다립니다. 그것이 신기루인 것을 모른 채……그래서 결혼을 무서워하고, 하더라도 아이를 갖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요즘 세상의 눈으로 보면 성모님은 참 무모하고 어리석은 분입니다.

성탄의 주인공인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바로 인간적으로 가장 위험하고, 가장 처참한 상황에 처하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극복합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임마누엘이 탄생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

결국 궁극의 행복은 하느님 안에서 우리가 함께할 때라는 것입니다. 이사야서 41장 10절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니 겁내지 마라.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 내 의로운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주리라.”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보여주는 성가정의 모습은 삶의 여정을 함께 더불어 같이 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스마트폰을 열고 지난 25일 파티에서 찍은 가족사진의 얼굴을 헤아리며 웃어봅니다. 하나, 둘, 셋, 넷…… 세다가 헷갈려 혼자 웃어봅니다. 얼굴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아름다워 가슴 뿌듯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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