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일

2021년 3월 21일

 사순 제5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주일이면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는 은총의 사순시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사순시기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는지요? 전례력으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일주일 앞둔 오늘, 우리는 복음으로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을 일주일 앞둔 때에 있었던 이야기를 복음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축제 엿새 전에 베타니아로 가셨다.”(요한 12, 1)로 시작하는 요한복음 12장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전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또한 오늘 복음이 포함된 요한12장은 2-12장까지 이어지는 요한복음의 전반부 “표징의 책”을 마무리하면서, 13장부터 시작되는 “영광의 책”을 시작해주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요한복음의 첫 번째 표징 이야기인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에게 “여인이시여,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하고 말했던 “때”가 오늘 복음에서는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요한 12,23)고 전하면서, 하느님께서 미리 준비해둔 “영광의 때”가 이르렀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요한 12장에 포함된 오늘 복음은 세 가지 이야기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파스카 축제 때에 예배를 드리러 올라온 이방인인 그리스 사람 몇 명이 갈릴리아의 벳사이다 출신 필립보를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미리 준비해주신 그때에는, 구약의 야훼하느님을 모르는 이방인들도 예수님과 만나게 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부분은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장면으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는 말씀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3-24)는 말씀으로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밀알”의 비유를 통해서 한 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며,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 땅에 태어나신 말씀이신 당신께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스스로 제물이 되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것임을 미리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을 따라서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고, 당신을 섬기는 사람은 아버지께서 존중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은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신 예수님께서 마치 겟세마니에서 공포와 번민에 휩싸여서, “아빠! 아버지께,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하고 기도했던 것처럼,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요한 12,27-28)라며 기도하고 아버지의 응답을 듣는 장면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미리 준비해두신 “영광의 때”를 앞두고 마음이 산란하다고 고백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스스로 제물이 되고, 밀알이 되시어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심정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가 삶에서 밀알과 십자가를 선택하는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순 제5주일에 들은 요한복음의 말씀은 예수님의 공생활의 마지막 장면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준비해두신 결정적인 “때”를 향해서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요한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 하느님 구원계획에 순종하는 것이며,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영원한 생명의 열매를 얻게 되었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희망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믿음은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도 또 다른 밀알이 되어서 땅에 떨어져 죽는 삶을 선택하게 하며,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님을 따라가게 합니다.

  밀알이 되어서 땅에 떨어져 죽는 삶과 십자가를 짊어지고 매일 매일 예수님을 따라가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하셨는지를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솔직하게 도움을 청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께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