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일

2021년 3월 14일

 벌써 사순 제4주이며 2021년 3월 14일 주일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작년 이맘때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그런데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는 작년 3월 14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 14일은 사순 제3주 주일 전 토요일이었습니다. 이날은 꼭 9/11과 같이 우리 기억 속에 새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 그리고 세계 역사에 처음 있었던 일 또한 교회 역사에도 처음 있었던 일이 작년에 일어났습니다.

  작년 3월 14일 코로나로 소식으로 뉴욕이 어수선한 상태에서 저녁에 교구장님께서 15일 사순 제3주 주일 미사 후 교우들과 드리는 미사는 없고 코로나가 안정될 때까지 성당 문을 닫는다는 공문을 받은 날입니다. 그다음 날 주일 미사 때마다 이 소식을 공지하였고, 주일 저녁 6시 미사를 드렸던 나는 그날 마지막 미사를 드리고 이 소식을 공지했습니다.

  그날 이후, 전 세계에 성당에서 교우들과 드리는 미사가 최소화할 정도로 우리 삶을 바꾸어놓은 코로나. 작년 7월부터 본당에서 교우들과 드리는 미사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쓰나미가 몰고 온 어두움은 각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풍습, 사회 구조, 인간관계와 가족관계 이 모든 것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어두움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많은 손실과 아픔, 고통과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임종을 지켜 드리지 못하고 부모님을 갑자기 떠나보낸 자녀들의 슬픔. 코로나에 걸려 집에서 전전긍긍하며 그 통증과 아픔을 견디어 내야 했던 분들. 코로나 환자를 돌보면서 전쟁터에서 총알에 쓰러져 가는 군인들처럼 죽어나는 환자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봐야 하는 우리 의료진들. 사회 거리 두기 및 격리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가게 문을 못 열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웃들.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두문불출하며 지낸 사람들. 학교 수업도 학교가 아닌 집에서 수업 듣는 학생들과 부모들의 고충. 코로나로 겪고 있는 것들을 적기 시작한다면 몇 밤, 며칠을 적어도 끝이 보이질 않을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수많은 어두운 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하나로 시작되었지만, 또 코로나 때문에 평소에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던 일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년 3월부터 7월 초까지 교우분들이 없이 내 목소리만이 메아리치는 텅 빈 성당과 부주교자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우리 교우분들이 인터넷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시선만 느끼며 홀로 봉헌하던 미사들.

  그러다 작년 7월에 들어서 본당에서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우 한 분, 한 분이 성당 입구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활짝 미소 지으며 인사하며 안부를 묻는데 꼭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것과 같이 기뻤고, 설레이는 마음이 날아다니는 듯 했고, 교우 한 분 한 분이 참 반가 왔습니다. 성당 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면서 이 교우 한 분, 한 분이 얼마나 소중한 분들인지 다시 깨닫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교우분들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여기고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기를 이제는 기도드립니다. 코로나로 아직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자비하신 예수님의 성심을 공경하며 은총 속에서 산다는 것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늘 사순 제4주를 맞이해서 묵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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