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1년 4월 9일

오늘은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4월 9일 흐리지만 따듯한 기운에 나무 잎눈이 깨어납니다. 이제 세상은 더욱 파래질 것입니다. 우리의 밝은 미래가 펼쳐지듯이…

오늘은 복음은 요한 복음 21장의 시작으로(요한 21: 1-14)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갈릴래아로 가시어 티베리아 호수(갈릴래아 호수의 다른 이름)에서 고기 잡고 있는 제자들을 만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락방에서 만나고 평화의 성령을 받은 후 갈릴래아로 내려왔지만 아직은 목자 잃은 양처럼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밤새 그물을 던져도 물고기를 잡지 못하였습니다.

새벽이 되어 물가에 계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21: 6)하고 말씀하시자 제자들은 그대로 따르고 많은 고기를 잡습니다. 그 안에는 큰 고기 만도 153 마리나 되었습니다.

이렇게 무기력한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자 많은 고기를 잡게됩니다. 아직 제자들은 다락방에서 만난 예수님께서 주신 평화의 성령을 진실로 깨닫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형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사뭇 다릅니다. 하느님의 성령을 받았음에도 아직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릅니다. 과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부활이라는 엄청난 기적과 하느님의 성령을 받았지만 그 의미와 능력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삶을 이들은 점차 배워가고 있습니다.

호수가에서 제자들을 기다리며 숯불에 물고기와 빵을 굽고 계시고 있었고, 방금 잡은 물고기를 가져오라 시키고 불에 굽어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이렇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빵과 물고기를 나누어 주십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번 째로 나타나시어 빵과 물고기를 나눕니다. 이는 최후의 만찬 때에 빵과 포도주를 나눌 때 당신을 기억하라고 하신 말씀이 이루어집니다. 여기서는 물고기와 빵을 나누며 예수님을 만납니다.

빵과 포도주 또는 물고기는 예수님과 조우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이는 성체 성사와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최후의 만찬 때에 제정하신 성체 성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입니다. 이 만남은 하느님의 말씀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마치 오늘 무기력한 제자들이 밤새 한 마리 물고기도 못 잡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고, 큰 물고기 만도153마리나 잡았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넉넉하게 합니다.

우리의 넉넉함은 바로 성체 성사에서 예수님을 만남으로서 완성됩니다. 그리고 확인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말씀과 성체는 우리 신앙의 생명입니다.

부활의 신비는 어느 날 순식간에 번갯불처럼 대각견성하 듯이 깨달어지지 않습니다. 제자들도 이미 부활하신 주님을 두 번이나 예루살렘에서 만났지만 아직도 부활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기력하게 고향으로 내려와 방황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위시한 제자들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호수로 나갑니다. 길 잃은 나그네처럼 배회합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다시 오시고 빵과 물고기를 나누시며 당신 말씀이 살아있음을 증명하십니다.

우리도 부활의 의미를 부활 주일의 잔치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우리 삶 안에서 찾아내어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당신의 말씀이 우리 일상에서 살아나야 합니다.

이는 제자들이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듯이 우리도 일상에서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처럼 주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옮길 때 우리는 구원의 힘을 경험합니다. 그 경험은 또 우리가 그 말씀을 세상에 전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성체 성사 안에서 예수님을 뵙고 말씀 안에서 삶의 방향을 찾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당신이 손수 차리신 식탁에 우리를 초대합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21: 12)

. 시편 118(117),1-2와 4.22-24.25-27ㄱㄴ(◎ 22)
◎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알렐루야.
○ 주님은 좋으신 분, 찬송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이스라엘은 말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말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
○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주님이 이루신 일, 우리 눈에는 놀랍기만 하네. 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
○ 주님, 구원을 베풀어 주소서. 주님, 번영을 이루어 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오는 이는 복되어라. 우리는 주님의 집에서 너희에게 축복하노라. 주님은 하느님, 우리를 비추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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