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19년 3월 31일

오늘 사순 제4주일 미사의 입당송은 이사야 서의 66장 10-11절로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 (Laetare, Jerusalem)”로 시작합니다.  ‘즐거워하다’의 라틴어 Laetare에서 유래되어 오늘을  Laetare Sunday 라고도 부릅니다.  회개의기도와 제계로 좀 어두울 수 있는 사순절 시기에 그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은 기쁜 주일로 회개의 기쁨과 그 열매에 대한 기쁨을 되새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일에 취해 원래의 목적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 일은 원래 목적을 잃은 의미 없는 고통의 원인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는 그 목적을 되새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은 바로 부활이 목적입니다. 부활은 영원한 평화의 삶이며 이는 그분을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의 염원이며 희망이며 믿음의 목적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시기 1500년 전에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에서 자유를 위해 탈출해 40년간 광야를 헤매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그토록 힘들게 한 것은  굶주림과 목마름이지만 그 이면의 고통은 바로 그 여정의 끝에 대한 불확실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우상을 숭배하고 이교도들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하느님께 투덜거리며 의심합니다. 그래서 모세는 그 여정의 목적 즉 “약속의 땅”과 이를 여정에 하느님께서 언제나 함께하심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불기둥과 구름 만나와 물……그리고 돌판의 계명까지 끊임없이 표징을 보여주며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을 독려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고통스러운 여정을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자유인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오늘 우리도 40일간의 여정에서 그 광야를 경험합니다. 단순히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백성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법이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 우리는 이 사십일을 고군분투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을 이해하며 사순의 여정을 여행할 때 고통이 삶의 멍에가 아니라 더 큰 힘을 위한 준비임을 알게 되며 나아가 그 고통을 견딜 힘이 생깁니다. 고통 속에서도 우리의 입가에 수줍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삶의 여유를 조금이나마 즐길……

사순절 동안에 우리가 기도하고 단식하고 자선을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습관적 삶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자유의 삶을 만끽하기 위해서입니다.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당장 닥친 일을 꾸역꾸역 해내야 하는 무미건조한 고통의 삶이라면, 이는 바로 노예적 삶을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삶은 짜증과 불만으로 가득하고 나아가 분노로 가득한 삶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가 살아가는 힘이 아니라 내 화풀이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사순 시기의 회개의 기도는 자신과 주변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도이어야 합니다. 자신에 내재한 분노의 원인을 단순히 남들에게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서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선별하여,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이 순조로워집니다.

오늘 ‘돌아온 탕자’의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사건의 본질을 잊고 분노하는 큰 형의 이야기는 바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본질은 자신은 많이 갖고 있고 동생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데, 자꾸 그 상황만 비교하며 자신에게 없는 것에 질투하고 화내는 것은 바로 허상에 대한 분노이며 질투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회개한 탕자를 용서해주고 환대해주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동하면서, 이러한 아버지의 행동에 화를 내는 형의 이야기에 의아해합니다. 그 이해 안 되는 형은 행태는 사실 우리의 일상에 드러나는 행태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새로이 이해한다는 뜻”이라고 독일 베네딕도회의 안셀름 그륀 신부님은 말합니다.

하느님 말씀 안에서 순례하는 사순절은 바로 우리 스스로는 새롭게 이해하는 여정일 것입니다. 오늘 “기쁨 주일”을 맞아 그 여정에 한숨 돌리며 목적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을 잠시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로사리오회 피정에서 들려주었던 나희덕 시인의 시, “어느 봄날”을 다시 나눕니다.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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