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3년 5월 28일

오늘은 주님 부활 후 50일째 날이며 부활 시기의 마지막 날인 ‘성령 강림 대축일’이며, 공교롭게 ‘메모리얼 데이 (Memorial Day) 긴 주말입니다. 여름의 시작입니다.

  오늘 이렇게 성령 강림 대축일과 함께 여름을 시작합니다.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한다는 것과 봄과 같은 부활 시기를 보내고 성령과 함께 여름과 같은 활발하고 왕성한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성령과 함께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50일 전 예수님의 부활 성야 때 우리는 빛의 예식과 세례 예식을 거행했습니다. 빛의 예식은 어두운 밤을 밝히는 부활초를 점화하는 예식으로 시작하여 제대를 향하여 입당하며, 그 빛을 모든 이들이 자신의 초로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밤이 밝게 밝혀졌습니다. 부활초는 예수님의 빛으로서 각자의 초로 나누어질 때 상징적으로 빛이 세상을 밝히고 나아가 말씀이 세상에 전해지는 것을 비유합니다.

  이러한 빛의 예식은 세례식을 통해 성야 전례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합니다. 새 신자들이 세례를 받고, 세례를 받은 이들은 자신들의 세례 신앙을 다시 고백합니다. 바오로 성인은 주님의 세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예수님과 같이 십자가 위에서 죽고, 예수님과 같이 부활하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옛 삶을 버리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 삶을 얻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어둠의 자식이 아니라 빛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 죽어서 멸망하는 존재가 아니라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우리도 세례를 통하여 동참한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적 가치가 변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성령이 계십니다.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세례와 같이 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물과 성령으로 받았습니다. 따라서 우리 안에 성령께서 계시다는 것입니다.

  성령은 우리의 보호자이시며 진리의 영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돌아가시면서 우리를 위해 보내주신 보호자로 우리 구원을 위한 사랑의 영이시며, 회개의 영이고, 용서의 영이십니다. 성령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얻는 것은 평화의 삶입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제자들이 숨어 지내는 다락방의 문이 잠겼는데도 들어오시어 그들 가운데 서시어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그리고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어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참조 요한 20: 21-23)

  위의 말씀에서 예수님은 성령을 주실 때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대목은 창세기의 인간 창조를 연상케 합니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창세기 2: 7) 하느님의 숨을 불어 넣으시어 생명을 주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 넣으시어 성령을 주셨습니다. 이는 성령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었다는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성령은 즉 새로운 생명력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성령을 라틴어로 거룩한 숨이라는 의미의 스피리투스 상투스(Spiritus Sactus)라고 부르며 그리스어로도 숨이라는 의미의 프뉴마 (Pneuma)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성령은 하느님과 예수님의 생명을 주시는 숨입니다. (참고로 성령에 관한 신학을 Pneumatology라고 하고, 폐와 호흡기관에 관한 의학을 Pneumology 라고 합니다.)

  여담으로 공모 또는 공범이라는 뜻의 Conspiracy는 ‘함께’라는 뜻의 Con 과 ‘숨’이라는 뜻의 Spirare가 합친 합성어로 직역하면 ‘함께 숨쉬다.”라는 뜻입니다. 함께 숨을 쉬는 사람이 공모자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느님과 예수님과 공모자입니다.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하느님의 나라로 만들려는 공모자인 것입니다. 우리는 두 분으로부터 숨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을 통하여 우리 믿는 사람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의 신비에 참여합니다. 즉 하느님의 삶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시 말하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의미의 엠마누엘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려워하거나 염려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성령을 통하여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성령과 함께라면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하게 단련시킵니다. 또 실패는 좌절의 이유가 아니며 패배가 아니라 더 깊은 삶의 지혜를 배우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이를 다시 말하자면 성령과 함께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난을 피하지 않고, 미리 염려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두려움에 떨며 도망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확실한 미래는 희망의 이유가 됩니다.

  오늘 지난 오십 일간의 부활 시기의 대미를 성부와 성령으로부터 오시는 성령 강림을 기념하며 맞이합니다. 그렇게 여름을 맞이합니다. 우리 안에 가득한 성령과 함께 여름과 같이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나아가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우리 공동체도 용서와 화해와 자비와 배려의 성령으로 가득하여 사랑이 넘치고, 평화가 넘치며, 기쁨이 강같이 흐르는 완벽하고 친밀한 공동체, 코이노니아(Koinonia)로 성장하길 기도드립니다.

  아직도 50주년 행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야외 미사와 성경과 교리 경시대회인 골든벨이 7월에 있고, 성가대들이 연합하여 음악회가 있고, 바자회 등 여러 행사들이 다가옵니다. 이러한 행사들이 코이노니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내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의 사랑을 기리며 온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성령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Koin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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