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3년 5월 7일

오늘은 어느새 성모성월 오월의 첫째 주일로 부활 제5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아름다운 봄의 향연을 즐기기에 좋은 날입니다. 단순히 날씨 때문이 아니라 오늘 우리 아이들이 생애 처음으로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첫영성체 예식을 9시 30분 주일 미사 때에 거행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참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하얀 옷을 입고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는 마치 하느님 천사의 소리 같습니다. 이 아이들이 성체를 받아 모시는 고사리 같은 손에 부모들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도 참 기뻐하실 것입니다. 이에 기도합니다.

  “이 아이들의 신앙을 지켜주시고, 자라나면서 겪어야 할 많은 고뇌와 고통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않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함께 머물러주소서. 그리하여 이 아이들이 성장하여 이 세상 복음 선포의 증인이 되게 하시고 주역이 되어 주님의 이름 찬미하게 축복과 은총 가득히 내려주소서. 아멘”

  또한 두 주 후에(5월 22일 주일)는 우리 9학년 학생들이 레이먼드 채페토(Bishop Raymond Chappetto) 주교님의 주례로 견진 성사를 받게 됩니다. 이를 통해 주님께서 보내주시는 성령께서 언제나 그들 안에 머물러 그들을 보호하고 힘과 용기와 지혜를 줄 것입니다.

  이들이 우리 본당의 미래입니다. 앞으로 50년이 지나 100주년 기념식을 장엄하게 거행할 때 이들이 그 기쁨의 주역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는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인 4월 29일 우리는 기쁨의 눈물인 양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영광스러운 설립 50주년 기념 감사 미사를 로버트 브레넌 주교님을 모시고 거행했습니다. 장대비의 불편함도 우리의 기쁨을 꺾지 못했습니다. 700명이 넘는 신자들과 20분이 넘는 신부님들이 참여하여 거룩하고 장엄하게 거행된 미사에서 우리 본당이 받고 있는 하느님의 커다란 은총을 가슴 벅차게 경험했습니다. 그 미사의 주인공은 당연히 우리 공동체 식구들입니다. 50년 전 처음 공동체를 시작한 분들과 그 공동체를 키워온 분들, 그리고 오늘 면면히 우리 공동체를 사랑하고 지키고 계속해서 주님의 복음이 살아 숨 쉬게 하는 여러분이 오늘 이 영광의 주인공입니다.

  감사 미사 때 들려주신 브래넌 주교님의 강론이 참 좋았고, 못 들은 분들도 많이 있어서, 오늘 주보에 그 번역본을 싣습니다. 주교님께서 보내주신 원고를 바탕으로 번역했기에 실제로 강론하신 부분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성모 성월을 맞아 성모님의 굳은 믿음을 닮아 성모님의 전구로 부활의 은총이 오월의 장미 향처럼 우리 삶 안에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다음 세대의 설립 100주년의 영광을 꿈꾸며……

 


  성 바오로 정하상 성당 설립 50주년 감사 미사 강론

지난여름 린덴허스트에 있는 저의 부모님 집, 양옆으로 두 가구가 이사 왔습니다. 당연히 두 가구 모두 이사 오기 전, 여름부터 가을까지 좀 더 살기 좋고 편리하게 집을 개조하고 수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 이웃을 환영하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 한 부부의 아내가  “한두개만 더 고치면 다 끝납니다.”하고 그 아내가 말했습니다. 이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이 집에서 50년 이상을 사셨는데 아직도 고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다 알다시피 집을 가꾸거나 비즈니스를 할 때,  항상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본당 주임신부들도 이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집을 수리하고 고치는 일과  성당 일도 똑같습니다. 성당과 부속 건물들을 관리하고 수리하는 일은 끝이 없습니다. 신축 건물을 다 완공하자마자, 또 다른 일거리가 생깁니다. 수리할 곳이 생기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일거리가 생겨납니다.

  건물에 관련된 일이 가족이나 공동체에게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특히 하느님의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일이 끝날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공동체를 더 크고 건강하게 만들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필요를 충족해 나가야 합니다.

  성 바오로 정하상 성당의 설립 5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특별히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또한 베드로 성인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이 성전에 ‘영적 돌’과 ‘살아있는 돌(Living Stone)을 쌓아 올린 신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본당 설립 기념일은 언제나 기쁜 행사이면서, 하느님 교회  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신앙을 재정립하  는 시간입니다. 그중 50주년 기념행사는 특별히 의미가 깊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한편으로 굉장히 중요한 업적을 이루었다는 의미이지만, 또 달리 보면 상대적으로 아직 할 일이 많은 젊은 공동체라는 사실입니다. 설립 50주년을 맞아, 몇몇  영적 성장을 도모하고 공동체의 ‘살아있는 돌(Living Stones)’ 중에 초대 신자들이 아직 계실 것입니다. 그분들이 새로운 신자들을 만날 때, 집에 온 듯이 따듯하게 맞아들여 이 공동체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데 일조를 했습니다.

  오늘 여러분 중에 처음 이 본당을 설립할 때 계셨던 분은 일어서 주십시오.

  이분들이 서 계신 상태에서 초기 5년에서 10년 사이에 공동체의 일원이 되신 분들도 일어서주십시오.

모두 감사합니다,

  50년 전 브루클린과 퀸즈, 특히 이곳 퀸즈는  한인 이민자 공동체가 성장하는 축복을 목격했습니다. 우리 이웃을 (한국 음식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 문화로 변화변화시킨 일은 그들이 가져온 축복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선물을 가져왔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바로 신앙입니다.

  부활하시고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이 쉽지 않은 이민자의 삶을 그들 방식으로 살아낼 수 있게 했습니다. 이곳에서 가톨릭 신앙을 살아가며, 19세기 한국 교회의 설계자이고, 건축자이며,’ 살아있는 돌’이였던 김대건 성인과 정하상 바오로 성인과 더불어 101분의  거룩한 신앙 증거자들 이 땅에 모셔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한국 순교성인들은 이곳 퀸즈와 브루클린에서와 같이 세계 여러 교회를 영성적으로 굳건하게 하고 있음을 압니다.

  삼종기도의 성모님 성당(Our Lady of Angelus)에서 시작하여, 여러분은 ‘살아있는 돌’의 공동체를 이루었고, 나아가 아름다운 성당과 여러 부속건물을 지으며 계속해서 ‘살아있는 돌들’인 신자들이 늘어나는 더 큰 공동체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자캐오는 예수님의 놀라운 초대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루카 19: 5)

  예수님은 예전에 한국 순교자들에게 하셨던 것처럼 여기 퀸즈의 초대 공동체에도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에게 그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과 위로를 주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삶을 자비롭게 하고 새로운 삶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말씀은 주님의 이름으로 더 큰 일을 하도록 박차를 가했습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에게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오늘 드리는 이 거룩한 미사 중에 우리는 이런 기도를 드립니다.

  당신께서 우리에게 이 성전을 지을 수 있도록 허락하시고, 당신의 나라로 순례하는 이 가족에게 당신의 은혜를 끊임없이 드러내시어, 이 보이는 이 성전에서 우리와 언제나 일치하시는 하느님의 신비가 아름답고 공고히 되게 하소서.

여기에 당신 스스로  우리가 지낼 성전을 지으시고, 당신께서 뜻하신 평화와 하느님의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당신 교회가 세상으로 뻗어 성장하게 하시어 주님의 몸이 되게 하시나이다.

  맞습니다. 저의 부모님의 집과 여러분의 집처럼, 집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이 교회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 중 몇 분이나 이 본당에서 세례를 받으셨습니까? 여기서 견진을 받으신 분은?

여러분 중 몇 분이나 이 곳에서 혼인을 하셨습니까?

  몇 분이나 하느님의 부르심에 답하였습니까? 사제나 수도자 성소가 몇 분이나 나왔습니까? 김신부의 말에 의하면 4명의 신부와 8명의 수도자 그리고 2명의 부제 성소가 나왔습니다. 저는 우리 교구에서 사목하는 사제들과 그 외에 오하오주의 콜롬버스에 있는 박주연 수녀님을 압니다.

  제가 학생 견진을 주례할 때면 언제나 청소년들에게 성소에 대해 말합니다: 하느님은 브루클린과 퀸즈에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이 성소를 통하여, 성스러운 혼인 성사와 가족들을 통하여, 여러분은 주님의 복음 말씀의 증인으로써 이 공동체뿐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사 갔지만 아직도 이 공동체와 관련이 있는 모든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분명히 2023년, 오늘의 세상에 ‘예수님의 초대’를 선교하기 위해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넓혀 나가는  ‘살아있는 돌’입니다: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오늘 지속적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영적 가정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2023년 4월 29일 오후 3시

+ Most Rev. Robert Brennan, DD

   Bishop of Brooklyn Diocese,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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