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3년 1월 22일

오늘은 연중 제3주일을 지내며 민속 명절인 ‘설날’입니다. 설날은 음력으로 지내니 우리의 부활절처럼 매년 그 날짜가 바뀌는데 올해는 공교롭게 주일에 지내게 됩니다.

  양력 새해가 지난 지 22일째입니다. 오늘은 그래서 조상님들의 영혼을 위한 위령 기도를 미사 후에 지내고, 특히 주일 11시 미사 중에는 분향이 있습니다. 주님께 향을 올리며 우리의 기도를 통하여 우리 조상님들도 주님의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드립니다.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어려움을 다 떨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렘과 새롭게 시작하기에 이번에도 무탈하게 잘 돼야 할 텐데 하는 걱정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 지난 1월 1일 천상의 성모 마리아 축일과 함께 시작한 2023년의 기대와 꿈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새해 준비를 못 한 분들은 오늘 토끼해의 시작으로 새로운 꿈을 꿔도 좋을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 본당도 오늘 설날을 지냅니다. 미사 때 뿐만 아니라 11시 미사가 끝난 후에 친교실에서 윷놀이와 공기 놀이 그리고 재기차기가 있습니다.

  매년 설날 행사로 하는 윷놀이는 사실 가정에서 식구들끼리 모여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각자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 시간을 보내 가족들이 함께 모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온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하면 한두시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고스톱과 달이 윷놀이는 아이들도 함께 놀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처럼 들리지만 결국 가족이 가족인 것은 피를 나누고 경제 공동체로 아이들의 사회적 성공을 준비하는 곳이 아닙니다. 가족은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함께 웃을 수 있고, 위로할 수 있고, 힘과 용기의 원천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 4장의 말씀인데,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 왕의 명으로 체포가 되면서 예수님은 고향 나사렛을 떠나 갈리레아 호숫가의 카파르나움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거기서 제자들을 모아,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전도를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일성은 이것입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Repent, the Kingdom of God is at hand.)” (마태 4: 17)

  카파르나움에 거처를 정하시고 처음으로 부른 제자가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로, 호수에 고기잡이로 생업을 삼는 어부였습니다. “나를 따라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4: 19) 그리고 조금 더 가시다 호숫가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보시고 그들도 부르십니다. 그들도 베드로와 안드레아처럼 “곧 배를 버리고 아버지를 떠나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4: 22)

  요르단강 건너편에서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를 맞이할 준비를 시킨 세례자 요한의 체포는 그리스도 예수님이 구원을 시작하는 기점이 된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무대에서 내려가고 예수님이 등장한 것과 같습니다. 이는 세례자 요한의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오신 예수님의 첫 번째 일이 제자들을 초대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 구원을 혼자 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께서 창조하신 세상이지만 그 구원에 인류가 동참하길 바라시어 당신의 외 아드님을 사람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자들을 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구원의 시작입니다. 더욱 감탄스러운 부분은 예수님의 초대를 받은 이들이 주저 없이 곧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섰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를 떠나 예수님을 따랐다고 증언합니다. 이는 엄청난 일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라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나는 아들은 아버지와 맞서고 딸은 어머니와,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서로 맞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다.” (마태오 10: 34-36)  이렇게 듣기에도 섬뜩한 말씀을 들으며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예수님의 의도를 파악하면 오히려 믿음의 순서를 생각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라야 결국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수님은 극단적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비행기 내에서 사고가 생겨 산소 호흡기를 착용해야 할 때, 부모가 아이들보다 먼저 호흡기를 착용하라고 합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호흡기 착용을 도와주라 합니다. 우리네 생각으로는 어린이들 먼저 해줘야 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먼저 해주는 사이 부모가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의 다음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제일 보호자는 부모이기에 부모가 안전해야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예수님을 믿고 따름으로써 내 가족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하늘나라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길은 결국 가족을 사랑하는 길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설날입니다. 두 번째(?) 맞이하는 새해입니다. 아직 새해의 희망 사항을 만들지 못한 분들도 오늘 곰곰이 생각하여 올 계묘년 한 해의 꿈을 적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 꿈의 하나가 예수님의 말씀을 1번으로 삼고 따르려는 결심이길 바랍니다.

  올 한해도 주님께서 함께하시어 우리 모두가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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