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19년 3월 10일

오늘 사순절 첫째 주일을 지냅니다. 지난 수요일 재를 우리 머리 위에 얹음으로써 “반성과 회개 그리고 복음 생활로의 회귀”를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은 다음 사십일 간의 영적 육적 순례 여정의 주제가 될 것입니다.

오늘 주일 복음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하느님과 달리 인간적인 아주 인간적인 여정의 시작 같습니다.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자마자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셨습니다. 광야에서 예수님은 사십 일간 밤낮으로 단식을 하시고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 우리의 언제나 유혹에 빠집니다. 쉬운 길을 택하고 싶은 유혹, 경쟁의 유혹, 등등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정진할 때 비로소 그 열매를 맺고 성공한다는 것 바로 우리 삶의 지혜이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세례 후 세상 구원의 미션을 시작하기 전 먼저 유혹에 직면합니다. 굶주림에 대한 유혹,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시험, 세상 권력에 대한 유혹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장 적나라한 인간적인 유혹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유혹 일화는 공관복음 모두에 실려있고 마태오와 루카 복음이 자세한 유혹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반면 마르코는 유혹에 대한 언급 없이 사십일 간의 단식을 알려줄 뿐입니다.

예수님의 광야에서 사십일 간 단식을 하시는 데 이는 구약성서의 모세와 엘리야를 연상합니다. 모세와 엘리야도 광야에서 사십일 간을 단식하였고 하느님의 계시를 받습니다. (참고로 예수님의 모세와 엘리야의 비교는 “거룩한 변모” 기적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 순백의 거룩한 분으로 변모하셨을 때 그 옆에 모세와 엘리야가 등장합니다.

신학적으로 오늘 예수님께서 유혹을 이겨 내신 사건은 아담의 그것과 비교됩니다. 아담의 이브 유혹 (근본적으로 사탄의 유혹이지만…… )에 넘어가 하느님의 말씀을 어겨서 에덴에서 쫓겨나지만, 예수님은 그 유혹을 극복함으로 우리를 새로운 에덴 즉 하느님의 나라로 이끄실 것을 암시합니다.

결국 유혹은 자기 성찰에서 오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이에 따르는 유혹이 세집니다. 계속해서 하느님에서 멀어지게 되는 이유 아닌 이유들이 일상에서 등장하고 결국은 초심을 잃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고백은 “요즘은 하느님이 계시다는 믿음이 의심스러워 힘듭니다.”입니다.

신앙의 어두운 밤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 어두운 밤을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어느새 여명의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이번 사순절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사순 결심을 하셨을 것입니다. 결심 중에 가장 간단하게(?) 본당의 모든 피정 강의 와 금요일 특별 강의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순 재계로 하느님의 사랑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을 얻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웃을 이해하고 소외된 이를 받아들이는 관용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흔한 일상의 유혹 중의 하나인 불우한 이웃들을 외면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성의라도 이웃에게 베풀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전례 다 해의 루카 복음 정신이기도 합니다.

이제 2019년 사순절을 시작하는 우리 공동체 식구들 모두가 낙오되지 않고 부활절까지 순례 여정을 완성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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