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3년 1월 1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 14)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2023년 계묘년 초하루를 맞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성모님의 전구로 올 한 해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또한 올해는 우리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지난 1973년 4월 29일 우리 공동체는 첫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그로부터 50년간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렇게 커다란 공동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공동체는 바람에 넘어가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과 같이 건강하고 기쁜 공동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의지하며 서로 위로하고 도우며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모든 시작은 미약합니다. 그러나 그 끝이 창대하게 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의지와 노력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할 때 가능합니다. 바로 우리 공동체가 그 본보기입니다. 물론 아직 창대 하다 할 수는 없지만 50살이 된 현재 우리는 다른 공동체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간의 코비드 팬데믹을 신앙으로. 견뎌냈습니다.

  50주년을 희년이라 합니다. 희년은 영어 jubilee의 번역이고, Jubilee 의 어원은 희브루어인 Yobel 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는 구약 성경의 모세 5경 중의 하나인 레위기에 나오는 말로 성경은 희년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고, 저마다 자기 씨족에게 돌아가야 한다. (레위 25: 11)

  ‘너희 형제가 가난하게 되어 너희 곁에서 허덕이면, 너희는 그를 거들어 주어야 한다. 그도 이방인이나 거류민처럼 너희 곁에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에게서 이자나 이익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 너희는 너희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그리하여 너희 형제가 너희 곁에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나는 너희에게 가나안 땅을 주고 너희 하느님이 되려고,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주 너희 하느님이다. (25: 35-38)

  이렇듯 희년은 자비의 해입니다. 예수님도 광야에서 유혹을 물리치고 고향 나자렛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회당에서 처음 선포하실 때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루카 4: 18-19)

  이렇게 기쁨과 자비가 넘치는 희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래서 올 한 해 동안 희년을 기념하여 즐겁고 알찬 행사를 많이 준비합니다. 기본적으로 본당 설립 기념일인 4월 29일 토요일 오후에 희년 맞이 감사 미사를 드립니다.

  한 해를 시작할 때는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면서도 설렘과 희망이 이를 불식시킵니다. 올해도 천주의 성모님의 전구로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굳은 믿음과 이를 바탕으로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한 해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사실 우리 신앙의 기본은 매일 무탈하길 기원하는 신앙이 아닙니다. 무사안일한 날을 기대하지만 삶은 언제나 다이나믹합니다. 언제나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믿음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대천사 가브리엘은 어린 처녀 마리아에게 말하였고 이를. 믿은 마리아는 자신의 죽음과 불행을 감수하며 성령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였습니다.

  또한 요셉은 자신의 아내가 하느님의 아이를 잉태하였으니 아내와 아이들 돌보라는 천사의 말을 믿고 마리아를 아내로 아기 예수를 아들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성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소위 “콩가루” 집안이 될 수 있었지만 요셉과 마리아는 믿음으로 분란의 씨를 없앴고, 오히려 은총의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였기에 가능한 기적입니다.

  우리는 이 기적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 기적은 요셉과 마리아만의 기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적입니다. 2023년 한 해도 쉽지 않고 어려울 것이라 전망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그 믿음을 서로 사랑함으로써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가정을 이루며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리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 복음 2장의 말씀에서 들판에서 양들을 밤새 지키는 목자들이 천사의 말을 듣고 구유에 누워 있는 구세주 아기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마리아와 요셉에게 자신들이 들은 말을 전해줍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예수님이 구세주라는 사실을 듣고 이 모든 사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과 마리아와 요셉에게 일어난 기적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며 올 한 해를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함께 더불어 이겨 나가며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와 요셉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이후 그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굳은 믿음으로 이를 극복하고 기쁨과 행복을 찾았습니다. 굳은 믿음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자비로 드러납니다.

  우리 본당 설립 50주년의 희년을 맞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 우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웃을 도와 모두가 기쁘게 하느님을 찬미는 한 해가 되길 열망하며 기도드립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민수기 6: 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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