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2년 8월 28일

오늘은 연중 제22주일이며 팔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여름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우리의 마음도 선선하게 식혀주길 바랍니다.

  오늘은 특히 하상회에서 주관하는 요셉회 회원을 위한 효도 여행을 뉴저지 뉴튼의 베네딕도 수도원으로 갑니다. 오랜만에 나들이라 마치 어릴적 소풍 갈 때처럼 마음이 설레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상회가 열심히 모금하고 준비하여 만든 자리인 만큼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기도드립니다. 또한 하상회 회원들의 노고에 주님의 은총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또한 금,토일 양일간 헌팅톤 신학교에서 사목회와 단체장 일일 피정이 있었습니다. 지난 2년간의 코비드를 이겨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와 내년으로 다가오는 본당 설립 50주년을 준비하며 공동체의 사랑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피정이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5년 동안의 신학을 공부하고 기도하고 기뻐하고 괴로워하며 지낸 신학교 생활은 삶의 전환점이 된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신학교 생활은 아마도 공생활 시작을 준비한 예수님의 광야 생활과 같았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느끼고 나누며 때로 유혹과 싸우며 겸손을 배우고 미래를 주님과 함께 만들어 갔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두운 신학교 복도를 걸어가며 옛 추억과 함께 현재의 저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초심을 세웠던 어머니의 태중과 같은 신학교에서 내일을 다짐해봅니다. 주님의 양들을 사랑으로 푸른 풀밭으로 이끄는 목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삶을 다짐해 봅니다.

  코비드가 아직도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중에도 조심스럽지만, 우리 공동체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좋습니다. 주일 만나는 얼굴에서 긴장보다는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어두운 얼굴로 미사에 참례하였다 밝은 얼굴로 돌아가는 교우를 볼 때 참 뿌듯한 행복을 느낍니다. 우리 교우들이 담소를 나누며 웃는 모습에서 자연히 미소를 짓게 됩니다. 감실과 성모님 앞에서 열심히 기도한 교우를 보면서 든든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 겸손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새겨봅니다. 우리의 아버지 하느님은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낮추 아니 보시나이다’ 하고 고백하는 시편의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시편 50)

  겸손한 마음을 업신여기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을 본받아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이용하지 않는 배려와 자비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는 공동체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의 사랑을 되갚는 이는 우리의 사랑을 받은 이들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어여삐 보시는 아버지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습니다.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약이 없으니
악의 잡초가 그 안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집회서 3: 27-28)

  팔월을 보내며 우리 마음속을 후덥지근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청명한 가을을 기다립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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