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1년 9월 8일

오늘은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9월 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을 지냅니다. 날씨는 역시 초가을 날씨로 바람이 상쾌하지만 햇살은 뜨거운 날입니다.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햇살이 오묘한 날입니다. 매일 가을로 더 가까이 가고있습니다. 보약같은 화창한 가을을 즐기기 좋아집니다.

화창한 가을 날씨가 보약인 것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뿌듯하게 만들어주기 때문 같습니다. 이유없이 살아가는 기쁨을 줍니다. 그래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좀 깊은 건강한 사색을 하게 합니다. 가을의 생각은 하느님을 직접 부르지 않아도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하늘 나라에 날씨가 매일 이럴까요?

오늘은 성모님 탄생 축일입니다. 9개월 전인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축일을 지내며 하느님의 인류 구원의 원대한 계획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성모님의 탄생으로 구원 사업이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합니다.

여담으로 어릴 적 들은 어른들의 말로 아이는 엄마의 뱃속에서 열 달 만에 태어난다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열 달 만에 태어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알고 있다가 성모님의 잉태 축일과 탄생 축일이 9개월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성모님이 한 달 일찍 태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도 3월 25일에 잉태 축일을 지내고 9개월만인 12월 15일에 성탄절을 지내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엄마와 아들이 한 달 일찍 태어난 것에 의아해 하면서 여기저기 찾아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양력으로 9개월만에 태어나는 것이 정상이고 “열 달”은 우리나라에서 음력으로 한 달을 28일 계산해서 그렇답니다. (한국 아이들이 한 달 늦게 태어나거나, 성모님이 한 달 일찍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참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입니다.)

오늘 성모님의 탄생을 기념하며 한 인간이 태어난 것이 얼마나 성스럽고 귀한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성모님이 태어났을 때 하느님께서 계획하고 계신 성모님의 탄생 의미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부모에게 귀한 딸이었거나 여러 자식 중에 하나일 수도 있었습니다.

한 인간의 탄생의 의미를 아무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지만 어떤 아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하루 버텨내며 생존하거나 주님께 성급히 돌아가기도 합니다.

떠 어떤 영아는 태어나지도 못하고 “낙태”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잉태되었다는 사실로만도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여겨지고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영아들의 운명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탄생을 봐도 그렇습니다. 성모님의 당신의 정혼자 요셉의 아이가 아니라 성령으로 아이를 잉태합니다. 성령으로 잉태된 것은 성모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고 그 사실을 말해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행히 정의로운 요셉 성인은 꿈에 나타난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만약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대천사의 말을 믿지 못했거나, 요셉 성인의 반대로 아이를 낙태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진다고 가정하면…상상하기도 싫은 가정입니다. 한 생명이 잉태되어 세포가 분열되면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상황에 죽음을 맞이 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실제 낙태를 할 때 자궁 안의 아이는 수술 도구를 이리저리 피한다고 합니다.

우리 생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느 아이는 부모의 열심한 기도로 태어나 금지옥엽같이 귀하게 성장하고, 누구는 태어나지도 못하고 수술실의 폐기물로 또는 연구실의 재료로 사라지는 현실이 참 부조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성모님의 탄생의 의미는 부모와 주변 식구들에게는 그저 귀한 자손의 탄생이지만 하느님께는 세상 구원의 시작입니다. 모든 인간의 탄생은 하느님께는 이렇게 모두가 성스러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담에게 생명을 주고 하신 첫 말씀은 “참 좋다” 하는 감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좋은 감탄의 대상이었고 소중하고 성스러운 탄생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는 한 아이가 잉태되어 훗날 주님께 돌아가는 날까지(from Womb to Tomb) 우리의 삶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며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드님을 보내어 구하실 정도로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오늘 태어나신 성모님은 굳은 믿음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를 지키고 금지옥엽으로 키웠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사랑으로 성장하여 온 인류를 위해 어머니의 사랑으로 세상을 당신 안에 죽음으로 품었습니다. 그리고 부활의 영광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오늘 예수님을 굳은 믿음으로 낳고 사랑으로 키우신 성모님의 탄생을 기념하며 모든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 믿음을 기념하고 감사드립니다.

시편 13(12),6ㄱㄴ.6ㄷ(◎ 이사 61,10ㄱ)
◎ 저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리이다.
○ 저는 당신 자애에 의지하며, 제 마음 당신 구원으로 기뻐 뛰리이다. ◎
○ 은혜를 베푸신 주님께 노래하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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