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1년 7월 20일

오늘은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7월20입니다. 오늘 다시 무더운 날입니다. 지난 몇일 잠시 기온이 내려갔다가 다시 끈적한 여름 날씨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어제의 복음에 이어 예수님께서 군중들에게 가르치고 계실 때 예수님의 식구들이 방문한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하여 예수님과 믿는 이들과의 관계를 말씀하십니다.

누군가가 예수님께 와서 알려줍니다.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마태오 12: 47)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기다린다고 하는 말에서 호기심이 생깁니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왜 예수님을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까? 둘째 호기심은 예수님의 어머니는 마리아인데 성모님은 평생 동정이신데 어떻게 형제가 있을 수 있을까?

성서 학자들은 오늘 대목에 몇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예수님께서 거처를 나라렛에서 카파르나움으로 옮긴 것에 대한 해명을 들으러 오셨다. 둘째 가능성은 당시 예수님께서 많은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반대에 처해 있어서 성모님이 걱정이 되시어 아드님을 방문하셨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예수님도 말씀하셨듯이 쉴 시간도 없이 찾아오는 군중을 가르치고 치유해주시는 예수님을 걱정하신 어머니께서 찾아오신 것이라는 것입니다.

위의 세가지 해명이 가장 신빙성이 있는 설명들입니다. 위의 세가지 모두를 이유로 성모님께서 방문하셨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결론은 성모님의 아드님에 대한 염려입니다. 고향을 떠나 객지로 이사온 아들의 전교 사업에 대해 사회적 명성에 대한 염려와 건강에 대한 염려로 아드님에 대한 사랑이 물씬 묻어납니다.

성모님도 이렇게 아드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예수님의 잉태와 탄생 때부터 들은 예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온전히 믿게 되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성모님의 절대적인 믿음으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이 예수님을 통하여 어떻게 이루어지는 이해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드는 의문은 예수님의 형제들입니다. 성모님은 평생 동정인데 어떻게 형제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이에 대한 초대 교회 교부들의 설명 중에 중요한 부분은 언어적 설명입니다. “형제”라고 하는 히브리어입니다. 히브리어에는 사촌이라는 말이 따로 없이 사촌도 형제라고 일컫습니다. 따라서 예수님 이외에 자식이 없는 성모님께서는 한 동네에 사는 예수님의 사촌들이 형제와 같이 성모님을 도와 나자렛에서 카파르나움 지역으로 예수님을 방문하는데 같이 왔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어로 적힌 성경에서 형제를 일컫는 그리스어는 “아델포이”인데, 이는 단순히 같은 부모아래의 혈연 형제 뿐만아니라 같은 민족 씨족 나아가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끼리 형제라고 일컫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마태오 13: 55) 하는 대목에서 형제들은 사촌들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형제 자매들은 성모님의 자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 이러한 형제 자매에 대한 의미를 예수님께서 새롭게 정의 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12: 50)

형제는 혈연적 관계나 씨족적 관계가 아니라 예수님께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형제 자매라는 사실을 확실히 설명해 주십니다. 신앙 안에서 형제 자매로서의 관계는 우리 삶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 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맺어지는 관계에 새로운 관계를 제시합니다. 이는 우리 신앙을 통한 형제로서의 인연입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따라서 우리는 서로 형제 자매간이 되는 것입니다. 이 관계는 혈연과 같이 자연적 관계와 학연 지연과 같이 이익 관계가 아닌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모인 “사랑”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 관계는 나의 이익을 위한 것이나 자연히 속한 혈연이 아니라 나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관계를 맺은 형제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을 통하여 구원 받고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건설되고 이것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세상의 모범이 되는 공동체입니다. 남들에 잘 보이려 “척” 하는 가식적 공동체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려 고군분투하는 하느님의 가족 공동체입니다.

탈출 15,8-9.10과 12.17(◎ 1ㄷㄹ)
◎ 주님을 찬양하세, 그지없이 높으신 분.
○ 당신의 성난 숨결로 물이 모이고, 파도는 둑처럼 우뚝 섰으며 깊은 물은 바닷속에서 엉겼나이다. 원수가 말하였나이다. “그들을 쫓아가 붙잡으리라. 전리품을 챙겨, 내 욕심을 채우리라. 칼을 뽑아 들고, 이 손으로 쳐부수리라.” ◎
○ 당신이 바람을 일으키시니 바다가 그들을 덮쳤나이다. 그들은 거센 물속으로 납덩이처럼 가라앉았나이다. 당신이 오른손을 뻗치시니, 땅이 그들을 삼켜 버렸나이다. ◎
○ 당신은 그들을 데려오시어, 당신 소유의 산에 심으셨나이다. 주님, 그 산은 당신 거처로 삼으신 곳, 주님 손수 세우신 성소이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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