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7주일

2023년 5월 21일

어느덧 부활 제7주일이 되었습니다. 지난 목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원 사업을 완수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신 것과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하고 사명을 주신 것을 기억하는 주님승천 대축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지 50일째 되는 날로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보호자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오심으로써 교회가 시작되었음을 기억하는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승천 대축일과 성령강림 대축일 사이에 있는 부활 제7주일 복음으로 요한 17장을 들었습니다. 요한 17장은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유언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성경』은 요한 17장을 3개의 소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① 『당신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시다』(요한 17,1-5) ②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다』(6-19) ③ 『믿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다』(20-26)

  요한 17장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직전에 먼저 아버지 하느님께 자신을 위해서 기도드린 다음에,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과 앞으로 당신의 제자들을 보고 당신을 믿게 될 미래의 제자들인 우리들을 위해서 기도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요한 17장의 내용 중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당신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신 부분과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신 부분의 일부 내용을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어보면, 유독 “영광”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되며, 전반부를 “표징의 책”(1-12장)이라고 부르고 후반부를 “영광의 책”(13-21장)으로 부릅니다. 이는 요한복음 전반부에서 7개의 기적 이야기를 전하면서, 기적 자체가 아니라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알려주고 있다는 의미로 “표징”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요한복음 후반부에는 “영광”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수난-죽음-부활”을 통해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났다는 요한복음의 신학이 반영된 표현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도 예수님께서 당신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갈 때가 된 것을 알고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를 시작하면서,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요한복음이 말하는 “영광”을 깊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영광”은 겉으로 드러나는 “수난-죽음-부활”만을 상징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수난-죽음-부활”이 당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죄로 인해서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 우리 인간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요한복음에서 “영광”은 예수님의 “수난-죽음-부활”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다는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며, 또한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과 자비로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는 것을 표현해 주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 자신의 “영광”에 대해서 말씀하신 다음에,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요한 17,2)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받은 권한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이끄는 것이었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면서 이 권한을 끝까지 지켜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이시며 우리의 구원자임을 전해주는 하느님 말씀이 담겨있는 『성경』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부활 시기의 끝자락을 지내면서, 다시 한번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면서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 희생제물이 되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직전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당신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그 제자들을 보고 당신을 믿게 될 미래의 우리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 빌어주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께서 하느님 오른편에서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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