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

2019년 5월 26일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부모의 말에 순종해야 하는 법을 배웁니다. 부모에게 교육을 받아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터득합니다. 부모의 보호 아래에 있지 않고, 자기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기를 돌보고 길러주는 부모의 말에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부모의 말을 듣는 것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부모의 말을 듣기보다도,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모의 말을 듣게 됩니다. 제 개인적인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편이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것이 부모님을 사랑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냥 부모님이니까,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자신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려 하면서 사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사는 것일까?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내적으로 덕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명을 지킴으로써 얻는 기쁨 안에 살기 위해서 등, 그동안 무엇을 위해서 하느님 말씀 안에서 살아가려고 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 가운데에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분의 말씀대로 살려는 의지도 있었는지 잠시 돌아보았습니다. 분명히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녔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는 합니다. 그런데 또 어느 순간에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신앙생활의 주된 동기가 아니었다는 점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예수님의 말씀을 지킬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 안에서, 그 어떤 이유보다도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분의 말씀을 지키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과연 그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신자로 살고 있는가?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가? 처음 시작 동기는 분명히 그렇습니다만, 시간이 지난 후에도 변함없이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분의 말씀을 따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부모의 말을 따르듯이, 하느님의 아들로서 마땅히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는 당위 때문에 계명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했지,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고 느낍니다.

천주교 신자이고, 주일미사에 늘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도록 노력합니다. 여러 신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오늘 말씀을 묵상해 보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한 번쯤 자기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나는 진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는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가?’ 그리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내가 그분을 믿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혹은 자신이 신앙의 활기를 느끼고 있지 못한 상태에 있다면,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많은 경우에 우리의 신앙생활은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며 사는 데에만 관심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어떤 동기부여가 없으면 신앙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 안에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청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유 때문에 그분의 말씀에 따라 사는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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