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사목을 마치며

2020년 2월 2일

어느덧 퀸즈 성당에서 사목을 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립니다. 또한 가족으로서 돌봐 주신 주임 신부님과 남 신부님을 비롯하여 함께 했던 모든 수녀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일일이 다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제게 호의를 베풀어 주신 모든 신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사목은 신자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신자들로부터 돌봄을 받고, 과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마르 9,41) 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께서 저를 대신해서 여러분들에게 갚아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그렇듯이, 퀸즈 성당에서의 사목은 제가 원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신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교포 사목에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부끄럽게도 대전 교구에서 퀸즈 성당으로 사제가 파견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퀸즈 성당에서의 사목은 제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동료 사제들과 떨어져 낯설고 먼 나라에서 사목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 공동체이지만, 한국과 다른 문화와 관습이 심적으로 부담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은 결국 자신이 받은 소명과 자신이 처한 현실에 불만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 다시 제 본연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계기는,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서 겪는 시련에 대한 해답이 바로 예수님께 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제가 서품을 받을 때 선택한 성경 구절인, “저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탈출 33,13) 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고, 그분이었더라면 어떻게 하셨을지 바라보기를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으시고 늘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이 다시 제 자신에게 사명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주위의 환경을 탓하지 않고,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그 삶의 자리 안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하신 일임을 깨닫고, 제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예수님을 위해서 살겠다고 다짐하며 사제가 되었던 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제가 받은 소명에 충실히 임하리라는 힘이 생겼습니다.

이제 본당에서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부르심에 응답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바라시고 기도해 주신대로, 학업을 통해 진리를 배우는 일에 정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은 새로운 소명에 기뻐하시며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십시오.”(1코린 10,31) 라고 말한 성 바오로의 권고처럼, 제 자신보다도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퀸즈 성당에서 머물고, 미사를 봉헌하며 지냅니다. 제 생활 전반에 대해서 특별히 배려해 주신 주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 한편으로는 덕이 부족한 탓에 저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으로 보듬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부족하나마 앞으로도 본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본당과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사제로서 계속 노력하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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