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복음의 거룩한 변모

2019년 3월 17일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루카 9: 35)

오늘 사십일 간의 여정 중 열흘이 지난 제2주일을 지냅니다. 지난 주일의 예수님의 광야 유혹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은 하느님의 현시로서 Theophany라고도 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동방박사의 알현을 받았을 때 처음 예수님의 정체가 공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날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며 이는 예수님의 첫 공현입니다.

그리고 주님 세례 때 하늘에서 성령의 비둘기와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맘에 드는 아들이다.” (마태 3: 17) 이를 동방 교회에서는 두 번째 하느님의 공현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루카 복음의 주님의 거룩한 변모가 세 번째 공현입니다. 이때도 하느님은 이렇게 명령하십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오늘 복음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예수님께서 거룩한 모습으로 변하실 때 그 옆에 모세와 엘리야 예언자가 나타나 같이 말씀을 나누시는 것입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모두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을 정치적 군사적이 아닌 오지 하느님의 능력과 말씀만으로 구하신 분들입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가장 힘들 때 40일 밤낮으로 기도하며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습니다. 모세는 광야를 헤매며 이스라엘 사람들이 불평을 할 때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시나이산에 올라 40일 밤낮으로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율법과 계명을 하느님께서 친히 기록한 돌판을 받게됩니다.

엘리야도 40일 밤낮으로 하느님 천사의 시중을 받으며 호렙산으로 갑니다. 거기서 하느님의 새로운 사명을 받습니다. “길을 돌려 다마스쿠스 광야로 가거라. 거기에 들어가거든 하자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임금으로 세우고, 님시의 손자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워라. 그리고 아벨 므홀라 출신 사팟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워라.” (열왕 상 19: 15-16)

예수님도 지난 주일 복음에서 들은 것처럼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40일간 밤낮으로 단식하며 기도하십니다. 그리고 유혹을 물리칩니다. 그리고 이 기도가 끝나면서 세상 구원의 공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오늘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오른 산에서 예수님은 거룩한 변모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모세는 하느님께 율법과 계명을 받은 장본인이고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노예 생활로부터 행방 시킨 해방자입니다.

따라서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은 바로 율법과 계명 위에 계신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제는 모세가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 사람들을 해방시켰다면,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세상을 모든 죄악에서 해방시키실 분임을 드러내 보입니다.

또한 예언자인 엘리야의 등장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시라는 증거입니다. 엘리야는 예언자로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하느님을 거스르고 우상을 숭배하는 자들을 처단하여 죽음 직전까지 가지만 하느님께서 보낸 천사의 도움으로 호렙산으로 피신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명이 바로 새로운 왕을 세우고 새 예언자를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이는 이 거룩한 변모를 통해 예수님은 당신 자신에 새로운 왕임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결국 이 거룩한 변모는 예수님이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세상 구원의 시작인 구약을 완성하러 오신 분임을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마태 5:17)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공관 복음 모두에 나오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은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른 두 복음은 구체적 설명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증언하는 반면에 루카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 (9: 31)라고 구체적으로 그 이야기 내용을 밝힙니다.

물론 세상을 떠나실 일은 바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일컫습니다. 루카 복음은 이 거룩한 변모의 사건은 예수님의 새로운 미션에 전환점입니다. 갈릴레아에서의 공생활을 접고 당신의 수난과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는 오늘 복음 전 22절에서 처음으로 예수님은 당신의 다가오는 수난을 예고하신 것에서 잘 드러납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가시어 두 번째로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십니다. (참조 9: 44-45) 그리고 55절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가시기로 결심하십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올 때가 되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35) 바로 모세와 엘리야의 권위를 뛰어넘는 권위를 당신의 아드님에게 부여합니다.

거룩한 변모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드러낸 사실은 당신의 다가오는 수난이 공생활의 실패로 일어난 패배의 표징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께서 준비한 아버지의 뜻이며 죽음은 바로 당신을 신성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부활의 시작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오늘의 사건은 제자들에게 다가오는 주님의 수난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희망과 믿음으로 주님의 말씀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고 명령한 이유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끊임없는 유혹에 직면합니다. 그 유혹을 이겨 내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면서 겸손의 미덕과 회개의 은총을 배우고 더 깊고 강한 신앙을 만들어갑니다. 바로 이것이 크리스천 정신입니다. 가장 힘들 때 희망을 잃지 않고 가장 절망적일 때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믿음이 바로 오늘 다가오는 수난에 당면한 예수님의 모습에서 그 해답을 찾습니다.

언제나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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