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2018년 7월 8일

가장 평범한 한 사람을 통해서 주님께서 나에게 당신의 은총을 보내주신 것을 체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12년쯤 되었을 겁니다. 내가퀸즈성당에 보좌로 처음 부임 받고 와서 사목하며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주일에 일이였습니다. 주일 아침 일찍부터 여러 가지 일로 주의가 산만하면서 이상하게 정신없이 여기저기서 작고 큰일들이 일어나고, 사방팔방에서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일 미사 집전하랴, 주일학교 챙기랴, 신자분들 만나 얘기하랴, 그리고 고해성사 주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영어에 이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머리 없는 닭이 펄럭펄럭 거리며 뛰어다니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 주일에 꼭 그렇게 정신없이 아침 시간을 보내고 12:30분 미사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때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와있었습니다. 아 이러다 내가 화를 터트리겠다 하고 생각이 들면서 사무실(옛날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면서, 혹시나 또 무슨일이 생기지나 안을까 “걱정”하며 사무실 문 쪽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린 남자애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바라보다 내 눈과 마주치자마자 깨끗하고 맑게 빵긋 웃음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스트레스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온 나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미소를 지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스트레스가 사르르 가라앉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 아무리 정신없이 바빠도 당신의 은총이함께 있음을 잊지 말고 웃으며 사목하라고 말씀하시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을 급하게 정리하고 그 아이를 찾으러 나갔는데 벌써 엄마랑 떠나고 난 후였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2서의 말씀에서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라는 하신 것은 우리가 자신의 한계를 느꼈을 때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다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 주님께 생각과 마음과눈을 한데 모아서 “우러러보며, 주님의 자비”(화답송)와 은총에 의탁하는 것이 신앙의 현명함 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신앙의 현명함으로 주님께 청하는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을 반드시 내려주시는데, 그 방법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주실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당신 고향에 가셨을 때 고향 사람들에게는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하며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그런 사람 (예수님)이 자기들을 위해서 하느님의 신성한 은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질투와 오만이 생겨나서 예수님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이 보내신 도구를 알아보지 못함으로써,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사랑과 자비를 받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과 기도의 답을 가장 평범한 방법으로 보내주십니다.

우리가 생각 못 했던 이웃들을 통해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시고, 또 우리를 가르치실 때도 가장 평범하고“어떻게 저 사람이?” 라고까지 하는 사람들까지 당신의 사랑과 은총 그리고 자비를 보내주시기 위해서 도구로 쓰신다는 사실을 우리는이번 복음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린 남자아이를 당신 사랑의 기쁨을 가르치시기 위해서 도구로 쓰셨던 것처럼, 어떤 이웃이든 나에게 주님의 사랑, 은총과 자비를 체험하게 해주는 이가 주님의 도구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 마음과 생각의 준비를 같이한다면, 나약한 나의 하루, 하루 생활에서 충만한주님의 자비에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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