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모습

2020년 2월 23일

인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는 젊은 시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온갖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성경을 읽고 감동을 받게 되어 예수님의 가르침 속에 인도에서 사람을 차별하는 카스트 제도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인종차별이 심하여 그의 결심은 빛을 볼 수 없었습니다. 교회를 찾아다니며 예수 그리스도를 잘 믿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여러 차례 청했지만, 어느 교회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간디는 그리스도인에게도 민족과 신분의 차별이 있고, 남녀노소, 빈부의 차별이 있다면, 그냥 힌두교에 남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 버렸습니다. 훗날 간디는 “나는 예수는 좋아하지만, 예수를 닮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예수님이 알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 스스로 교회를 찾아와 문을 두드렸지만, 예수님도 아닌, 예수님을 믿고 있는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을 돌려보낸 안타까운 일화입니다. 간디에 관한 이 이야기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를 닮지 않는다면, 비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아는 데에 얼마나 장애를 끼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셨는데, 그 사명에 깊이 투신하지 못하고, 그리스도인인 우리 자신이 오히려 복음 선포의 장벽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레위기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지향해야 합니다. 제1독서인 레위기에서 주님께서는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십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십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삶의 목표입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요구되지 않지만,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분의 거룩함과 완전함에 참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히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그분을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분을 닮기 위해서, 그분의 거룩함에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장벽을 설치하는 것은, 간디의 일화를 통해서 보았듯이, 하느님의 사업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것, 즉 우리가 그분의 소유라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주인이시고, 종인 우리는 마땅히 그분께서 명하시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믿지만 예수님을 닮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 것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가르침만 취하고, 그렇지 않은 가르침은 버리고, 필요할 때만 예수님을 찾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그분의 가르침을 다 따를 수 있겠느냐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서, 자기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하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닮지 않은 그리스도인의 모습 때문에, 예수님마저 좋아하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입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자들 중에는 그런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일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에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를 수는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지향 자체가 예수님의 가르침과 방향을 달리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오류에 빠지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지향을 잃지 않고, 예수님을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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