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4년 6월 30일

오늘 예수 성심 성월의 마지막 주일 미사를 드립니다. 지난 한 달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드러난 주님의 지극히 거룩한 사랑을 묵상하며 우리 신앙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지난 6월 7일 지낸 ‘지극히 거룩한 예수 성심 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제정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인의 유지에 따라 유월은 모든 사제가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예수님의 사랑이 가득한 교회 공동체가 되길 기도드렸습니다.

  이러한 기도는 단순히 사제들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 교회를 위한 기도입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이 삶의 고통과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현세구복이 아니라 오늘 복음에서 오랫동안 하혈로 고생한 여인을 치유해 주시고, 죽은 소녀를 살려주신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공동체 안에 가득하길 바라며 기도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예수 성심은 각 개인의 신앙이 아니라 공동체의 신앙이라는 교회의 정의를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일 사제 성화를 위한 ‘국수 잔치’가 11시 교중 미사 후에 친교실에서 있었습니다. 무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500명이 넘는 교우들이 잔치에 참여하여 국수를 나누면서 주님의 사랑을 나눴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잔치가 가능했던 것은 ‘로사리오 회원들’의 노고와 신앙심 그리고 로사리오회를 도와준 어머니회와 효주회원들의 봉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각 단체가 헌신적인 사랑으로 희생하기에 우리 모두 함께 잔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본당 주임신부로써 신자들이 배불리 먹고 넉넉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이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분들이 다칠까 봐서 걱정입니다. 500명이 넘는 신자들이 한꺼번에 국수를 먹을 수 있기 위해 커다란 솥에 계속 물을 끓이고 국수를 삶고, 건져서 찬물에 헹구고 각기 그릇에 알맞은 양을 담고 나면 뜨거운 육수를 붓고 고명을 올려서 각 테이블로 날라야 하는 위험하고 번거로운 일이 순식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까닥한 순간 실수로 화상을 입고 몸을 다칠 수 있기에 언제나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모든 행사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며 열성을 다하는 신자들이 있어 가능합니다. 예수님의 희생으로 우리 교회가 2000년 세상 가운데 우뚝 서서 수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주고 기쁨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 성심의 신비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봉사 정신이 역사적으로 이것이 지난 50년간 쌓아 온 우리 퀸즈 성당의 오랜 전통이며 자랑입니다. 성당 안 감으실 오른편에 조용히 서 계신 ‘예수성심 상’이 우리 공동체 사랑의 표상입니다.

  예수님 구원의 힘은 결국 사랑입니다. 하느님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이타적인 사랑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공동체에서 실천한 이타적인 사랑을 우리 사회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나누어 줘야 합니다.

  이는 엄청난 일이 아닙니다. 단지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안타까워하고 불쌍해하는 마음을 소박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하느님은 태풍이 화산의 거대한 불길로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만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가벼운 미풍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땀을 식혀주십니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표현하면 됩니다. 걱정이 아니라 믿음을 보여주면 됩니다. 소유와 집착이 아니라 관용과 배려의 아량을 베풀면 됩니다.

  어느덧 예수성심의 유월이 가고 한여름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예년보다 더 무더운 여름이 될 거라 합니다. 무더위를 짜증이 아니라 미소로 현명하고 건강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한낮 더위에 땀을 식혀주는 주님의 산들바람을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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